조우성 변호사의 Must Know 


윈윈 협상을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5가지

 

분야 / 협상


1. 내 요구와 상대방 요구의 중간에서 만나는 것은 윈윈이 아니다.

 

나는 100을 요구하고 상대방은 50만 주려고 한다.

결국 절충을 해서 75에서 합의가 되었다. 과연 이 상황이 윈윈일까?

아니다. 나는 100을 받고 싶었으나 25를 양보하여 75만 받았고, 상대방은 50만 주고 싶었으나 25를 더해서 75를 준 것이다.

결국 양쪽 다 자신의 목표를 밑돈, 루즈 루즈(Lose Lose) 협상을 한 것이다.

 




2. 모든 협상 상황에는 복수의 Issue가 존재한다.

 

협상경험이 없는 사람은 협상을 할 때 하나의 Issue에만 집착한다.

예를 들어 물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오로지 물건값을 싸게 하는 것에만 집착하는 경우다. 그러나 사실 그 상황(물품구매상황)에서도 협의할 수 있는 복수의 Issue가 존재한다.

 

3. 물품구매상황에서는 '가격' 이외에도 다양한 Issue가 있다.

 

A사가 B사로부터 물품을 구매하면서 가격을 더 낮추고 싶다. 하지만 B사는 가격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한 반응이다. 절대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A사는 계속 가격에 대해서만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상대방에게 융통성이 없는 이슈에 대해 계속 강하게 요구하다가는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 있다), 계약상 다른 이슈를 거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들 들어 납품시기(좀 빨리달라) 대금결제조건(좀 늦게 주겠다) 하자보증기간(일반적인 경우보다 늘려달라) 배송(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일괄배송하게 해달라) 업그레이드시 지원(계약 기간 중 업그레이드시 무상으로 지원해 달라) 제품교육 요구 등.  


4. 다양한 Issue를 꺼낸 다음 이를 모두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가격 이외의 Issue들에 대해서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상대방이 민감한 Issue는 양보를 얻어내기 어렵지만 상대방이 덜 민감하게 여기는 Issue에 대해서는 양보를 받아냘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A사 뜻대로 안되더라도 다른 조건들에서 A사가 이익을 챙길 수 있으면 서로 만족할 만한 거래가 된다.




 

5. 모든 협상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복수의 Issue를 도출하고, 우리가 양보할 것과 양보하지 않을 것의 리스트를 만들어 두라.

 

Issue를 많이 제기하면 제기할수록 협상의 질은 높아진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큰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Issue도 생긴다.

성공적인 협상가는 Issue Maker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작성 : 기업분쟁 연구소(http://www.cdri.co.kr) 소장

조우성 변호사(wsj@cdri.co.kr)



 


조우성 변호사의 Must Know 


설득원리 중 '사회적 증거의 법칙' 

관련 꼭 알아두어야 할 4가지

 

분야 / 협상



1.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에 의해 제창된 개념이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사람의 행동은 상당 부분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데, 따라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믿거나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비슷한 예가 많을 경우(사회적 증거 ; Social Proof)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관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영국 국세청이 납세율을 끌어올린 사례다.

 

영국 국세청은 납세율을 올리기 위해 고심하던 중 치알디니 교수가 대표로 있던 컨설팅사인 인플로언스 앳 워크(Influence at Work)’사의 조언을 받아 독촉장 첫 줄에 영국인 90%가 세금을 냈습니다(90% of people have paid)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그 겨ᅟᅣᆯ과 전년도에 비해 연체된 세금 56억 파운드(93,000억 원)를 더 걷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세금을 냈다는 사실이 본인을 압박한 결과이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오히려 동양권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식당에서 실시한 실험이 있다. 식당 종업원이 손님에게 특정 메뉴를 선택하게 유도하는 방법이 뭘까? 손님에게 메뉴판을 보여주며 '이 음식이 우리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단순히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음식별로 13~20%까지 선택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그 음식이 인기 있음을 아는 것이 그 음식의 인기를 더 높여준 것.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활용해 인도, 인도네시아가 기업체의 환경오염을 줄인 사례도 있다. 거기선 공해 문제가 매우 심각했는데, 정부 규제나 처벌, 벌금 같은 조치들이 먹히지 않았다. 어떤 기업은 공해 저감 설비 투자비보다 벌금이 더 싸기 때문에 차라리 벌금을 내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이 정부들이 방법을 찾아냈다. 산업별로 개별 기업들의 공해 유발 정도를 평가해서 그 결과를 공표한 것. 이전에 최악의 공해를 유발했던 기업들은 경쟁사와 자사의 등수를 본 뒤 즉각적으로 오염 물질 배출을 상당히 줄였다. 인도네시아에선 32% 오염 저감 효과가 나타났다. 인상적인 건 벌금 등의 강제적 조치가 필요없었다는 겁니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만을 동원했을 뿐이다.

 

4. 설득을 위해서는 레퍼런스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라.

 

앞서 본바와 같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아주 민감하다. 나의 서비스, 제품을 상대방이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 제품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관한 다양한 레퍼런스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자료들이 본인 선택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준다.

 


작성 : 기업분쟁 연구소(http://www.cdri.co.kr) 소장

조우성 변호사(wsj@cdri.co.kr)




조우성 변호사의 Must Know 


비유를 통한 설명이 효과적인 이유(사례분석)

 

분야 / 협상



설명을 하는 목적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수치(비율)를 근거로 설명하는 것은 어느 정도 권위와 객관성을 부여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는 있다. 하지만 개별 수치가 뜻하는 바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을 대입해서 비유로 풀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스티븐 코비는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에서 회사나 기관에 소속된 직원들 23,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단 35%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왜 성취하려고 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2) 다섯 명 중 오직 한 명만이 팀이나 조직의 목적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3) 다섯 명 중 오직 한 명만이 자신의 업무와 팀 또는 조직의 목표 사이의 연관성을 뚜렷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4) 오직 15%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중심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완전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느낀다.

5) 오직 20%의 사람들만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을 신뢰했다.

 

여러분들은 과연 이 설문조사의 의미가 명확히 인식되는가?

 

스티븐 코비는 이와 같은 표현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축구 경기에 비유했다.

 

이를 축구팀에 비유해 보자.

열 한 명의 선수들 가운데 자기 팀 골대를 정확하게 알 고 있는 선수는 네 명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신경 쓰는 사람도 네 명뿐이다. 열 한 명의 선수들 가운데 오직 두 명만이 자신의 포지션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오직 두 명의 선수들만이 상대팀과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적절한 비유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복잡한 메시지를 간단, 명료하게 전달한다.

 

시장조사 결과, 트랜드 서치 결과 등을 외부에 발표할 때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 그 데이터를 비유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작성 : 기업분쟁 연구소(http://www.cdri.co.kr) 소장

조우성 변호사(wsj@cdri.co.kr)



조우성 변호사의 Must Know 


계약협상 진행 중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협상 파기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분야 / 계약법




질문


당사는 A사로부터 00시스템 개발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고는 여러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앞으로 계약 이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도 사전 구매를 했습니다. A사는 당사와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러던 A사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회사 방침이 바뀌었다면서 당사와 계약을 못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습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이 경우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요?




 

답변

 

계약 협상이라는 것은 진행되다가 깨질 수도 있는 것이므로 무조건 계약 협상이 중간에 깨졌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방(A)가 협상 단계에서 계약이 체결될 것이다라는 신뢰를 줬고, 귀사가 열심히 그에 따랐는데 A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이는 불법행위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입장입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53059 판결).

 

여기서 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우리가 언제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거라고 했소? 그냥 조건이 맞으면 계약할 수도 있다는 정도로 말한 거지라면서 A사가 발뺌을 할 경우입니다. A사가 귀사에게 거의 계약이 체결될 것이다라는 신뢰를 줬다는 점은 귀사가 입증해야 할 부분입니다.

 

만약 A사의 불법행위가 인정이 된다면 과연 A사는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것인가.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 상당의 손해로 제한합니다.


따라서 아직 계약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태에서 계약교섭의 당사자가 계약체결이 좌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 예컨대 경쟁입찰에 참가하기 위하여 지출한 제안서, 견적서 작성비용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Advice

 

1) 계약 협상이 중간에 결렬될 수도 있으므로, 상대방이 우리에게 계약이 거의 체결될 수도 있다는 신뢰를 주었다는 것을 메일이나 문서, 녹취 등으로 증거를 남겨둔다면 나중에 상대방이 갑자기 말을 바꾸었을 때 역공을 취할 수 있습니다.

 

2) 반대로 A사 입장에서 본다면, 계약서 도장도 찍기 전에 계약이 체결될 것처럼 장담을 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지출을 하게 한다면, 나중에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작성 : 기업분쟁 연구소(http://www.cdri.co.kr) 소장

조우성 변호사(wsj@cdri.co.kr)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사례분석 : 라이센스 협상


아래 내용은 2011년 IGM 협상사례 현상공모에 응모하여 수상한 내용입니다.

참고하시길







■ 협상배경(양측의 상황 및 입장)


(1) 미국의 E사 상황


 미국에 있는 E사는 한국에 자사의 의류브래드(K)를 런칭하기 위해 한국 내 라이센시(Licensee)를 찾고 있었다. K 브랜드는 신생 브랜드로서, 미국에서는 1년 전쯤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2) 한국의 B사 상황


 B사는 2년 전부터 E사의 K 브랜드에 대한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 접촉 중이었다.


 (3) 교섭의 진행


 E사와 B사는 미국에서 여러 차례 만나서 거래 조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4) 본격적인 협상의 시작


 E사와 B사는 여러가지 논의를 진행한 끝에, E사에서 자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준 영문 라이센스 계약서 초안을 B사에게 보내왔고, B사는 그 라이센스 계약서 초안을 들고 필자를 찾아왔다.


 (5) 협상에서 주요 쟁점


 B사 사장님은 필자에게 와서 다른 조항에 대한 언급은 없이, 로열티 조항에 대해서 협상을 해 달라고 했다.


E사가 요구한 로열티 조건은 “전체 매출액의 10%”였고, B사는 “전체 매출액의 5%” 수준 이하로 맞춰 달라는 것이었다.


 다만 여기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E사가 보내온 라이센스 계약서에는 여러 가지 조항이 있었음에도 B사 사장님은 오로지 로열티 rate에만 집착하면서 이 부분을 협상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


(6) 로열티 산정 기준에 대한 E사의 엄격함


한국의 B사는 여러차례 E사에게 로열티 산정 기준을 좀 완화해 달라는 것을 요구했으나, E사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의 로열티 rate(매출액 대비 10%)를 유지하는 것이 회사의 정책(policy)이므로 변경은 힘들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7) B사의 절박함


B사로서는 현재 도입하려는 E사의 K브랜드가 미국 내에서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매출액(이익액도 아니고)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한다면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크게 걱정하는 상황이다.


■ 협상결과


필자는 IGM에서 배운 다양한 협상기법을 활용하여 당초 E사에서 보내 온 라이센스 계약서 초안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1) 계약지역


당초 한국으로 제한 → 2년 실적을 기준으로 해서 대만시장에 대한 우선권 보장


(2) 로열티 지급 스케쥴


당초 매 3개월마다 정산해서 지급 → 매 6개월마다 정산해서 지급


(3) Sub-License 문제


당초 아무 규정 없음 → 몇 개 품목(티셔츠, 바지)에 한해서 국내에서 사전 동의를 얻은 후 Sub-License 부여할 수 있도록 함.


(4) 계약기간


당초 2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협의 연장 → 초기 4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협의 연장


(5) 로열티 Rate


당초 매출액의 10% → 매출액의 8%


즉, 당초 B사 사장님은 단순하게 로열티 Rate만 낮춰달라는 것이 요구사항(position)이었지만, 필자는 B사 사장님의 요구사항에 매몰되지 않고 B사 사장님의 진정한 욕구(interest)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했다.


결국 B사 사장님의 진정한 욕구(interest)는 “로열티를 적게 내겠다”가 아니라 “K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와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보고 싶다”라는 것이었음을 파악했기에,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다양한 협상기법을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IGM에서 배운 협상10계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


 


■ 타결방안


 의뢰인의 욕구(interest) 파악


의뢰인은 최초 내방시 필자에게 ‘로열티 rate를 깎아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필자는 이러한 의뢰인의 요청은 그의 position에 불과하고, 그의 interest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상담 결과 의뢰인의 진정한 interest는 ‘K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라이센스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의뢰인에게도, 의뢰인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Win-Win 협상을 위한 Issue-Making


가. 의뢰인의 interest를 충족시키는 윈윈 협상을 위해서는 협상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당초 의뢰인이 요구한 ‘로열티 rate'만으로 협상을 진행하다보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범위가 적다는 점을 설명했다. 더욱이 ’로열티 rate를 준수하는 것‘이 E사의 전 세계적인 정책(policy)라면 이를 뒤집기가 힘들 것이므로,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 필자는 라이센스 계약서 초안을 분석하면서, 의뢰인에게는 ‘로열티 rate' 못지 않게 중요한 issue 들이 있음을 설명했다.


(1) 계약기간


당초 계약서 초안에는 계약기간이 최초 2년으로 되어 있고, 그 후에는 협의 후 연장하도록 되어 있었다. 필자가 B사 사장에게 물어 본 결과, 최소 4년은 보장이 되어야 브랜드를 런칭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계약 기간 4년을 보장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 아닌가?’라고 질문했더니 ‘어차피 2년은 보장되어 있고, 그 이후에 협의해서 연장할 수도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필자는 ‘최초 2년은 보장되지만, 그 이후의 연장협상에서 서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연장이 안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어떻게 그리 안이하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문제점을 지적한 후, 일단 우리는 최초 4년간의 initial period를 보장해 줄 것을 E사에게 요청하자고 했다.


(2) 계약지역(territory)


라이센스 계약에서 또 중요한 사항은 어느 지역범위에서 라이센스를 받느냐 하는 점이다. 당초 계약서 초안에는 당연히 “한국 내”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B사가 인근 나라 중 다른 곳에서도 K브랜드를 도입할 수 있는지 물어본 바, 대만에는 지사가 있고,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고 했다.


따라서 일단 territory에 대만까지 확장하는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3) 로열티 지급 스케쥴


B사 사장은 로열티 rate에 대해서만 신경을 쓸 뿐, 로열티 지급 스케쥴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E사가 보내 온 계약서 초안에는 “3개월마다 매출액을 정산한 후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현금흐름(cash-flow)이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3개월 마다 정산하는 것보다는 6개월마다 1번, 혹은 1년마다 1번씩 정산하는 식의 장기 정산 방식을 일단 밀어 붙이기로 했다.


(4) Sub-License의 문제


실제 라이센스 사업을 하다보면, 국내에 자본력 있는 제3의 업체에게 재라이센스(sub-license)를 줄 경우 자금적인 문제나 마케팅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물론 계약서 초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계약물품에 대한 Sub-License권한도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5) 로열티 rate 문제


이 부분은 E사가 워낙 강경한 관계로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기 위해 무역협회로부터 최근 3년간 국내 라이센스 업계의 평균 로열티 rate가 매출액의 7% 이하라는 자료를 받아, 이를 협상에 활용하기로 했다.


(6) 그 외


그 외에도 협상용으로 다양한 issue를 추가로 제기하기로 했다.


그 예로는 ① 계약 해지 조항의 상당 부분을 삭제해 달라. ② 준거법(governing law)을 한국법으로 해달라, ③ 분쟁기구(jurisdiction)을 캘리포니아 법정이 아닌 한국법원으로 해달라. ④ 무상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자료 지원이나 인적 지원을 해 달라 등이 있었는데, 사실 이 요구사항들은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더라도 무방한 내용이었다.


 BATNA 마련


아울러 B사로서는 협상력의 강화를 위해 E사에게 보여 주기 위한 대안(배트나)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B사는 실현가능성은 낮지만 E사와 유사한 품목을 다루는 미국의 H사와 느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일단 H사와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관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상대방의 hidden interest를 자극하기 위한 조치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초 의뢰인이 요청했던 ‘로열티 rate'를 10%에서 최대한 낮추는 문제였다. 그런데 E사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IGM에서 배운 협상 기법 중 hidden interest를 자극하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H사의 interest는 ‘보다 많은 로열티를 받아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므로, ‘매출의 10%’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라이센시 기업의 경우 매출이 부진하여 도산할 경우, 유명 브랜드를 80~90%에 할인해서 팔아버리는 소위 “땡처리”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땡처리’가 한번 이루어지게 되면 해당 브랜드의 reputation에는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E사 당신들이 무리하게 많은 로열티를 요구할 경우,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일 B사가 경영이 어려워져서 도산할 위기에 놓여 E사의 K 브랜드를 땡처리 하게 된다면 한국에서의 E사 K 브랜드 가치는 현격히 떨어질 것이며, 이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내 라이센스 사업에서 성공할 확률이 30%라는 자료’. ‘땡처리와 관련한 신문기사와 법원판결자료’들을 준비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결국 ‘로열티를 많이 받아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E사의 interest 저변에 있는 hidden interest, 즉 ‘만일 K브랜드가 한국에서 땡처리된다면 이는 로열티로서는 보상되지 않는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라는 점을 자극하기로 한 것이다.


 협상 진행


이상에서 언급한 전략과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는 주로 E사의 변호사들과, B사 담당 임원들은 E사 담당 임원들과 2개월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 E사의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어, B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E사 역시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느낌을 갖기 보다는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 협상의 10계명 적용하기


1. 협상의 1계명(요구에 얽메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B사장이 처음에는 로열티 rate에만 얽메여서, 그 부분에 한해서만 협상을 요구했지만, 필자는 그러한 요구는 position에 불과하고, 진지한 상담을 통해 B사장의 진정한 욕구(interest)는 성공적인 라이센스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도출해 냈다.


B사장의 진정한 욕구를 알았기에,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쟁점을 만들 수 있었다.


2. 협상의 2계명(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라)


협상과정에서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한 후, 일단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을 강하게 밀어 붙인 다음, 조금 양보하면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창조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계약 조항을 수정할 수 있었다.


3. 협상의 3계명(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하라)


E사 입장에서는 만무리하게 로열티 rate를 고수하려 하다보면, B사가 사업부진을 이유로 극약 처방(땡처리)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E사의 K 브랜드 국내 Reputation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 부분은, 상대방의 숨은 욕구, 즉 ‘혹시라도 우리 브랜드에 손상이 가면 이는 로열티 액수로는 보상받지 못하는 큰 손해를 입는다’를 자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4. 협상의 4계명(윈윈 협상을 만들도록 하라)


윈윈협상을 위해서는 협상의 파이를 키우는 것(추가적인 issue making)이 중요한바, 당초 B사 사장은 협상의 issue를 “로열티 rate"라는 단일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필자는 이에 더하여 ‘계약지역’, ‘계약기간’, ‘로열티 지급스케쥴’, ‘ 재라이센스의 문제’, ‘준거법’, ‘관할권’, ‘계약해지조항’ 등 다양한 issue를 추가함으로써 협상의 파이를 키웠고, 이러한 다양한 issue에 대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trade off)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윈윈협상이 가능했다.


5. 협상의 5계명(숫자를 논하기 전에 객관적 기준부터 정하라)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무역협회 등을 통해 ① 국내 수입 라이센스 브랜드 성공율이 30% 정도에 그친다는 점, ② 수입 의류 라이센스의 로열티 평균이 매출액 기준 7% 이하라는 자료를 확보하여 협상에 사용했다.


6. 협상의 6계명(합리적 논거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라)


의류업체들의 도산 시 소위 ‘땡처리’로 인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국내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들을 대거 제시함으로써, 자칫하면 자신들의 유명 브랜드 명성에 상당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했다.


7. 협상의 7계명(배트나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하라)


B사로서는 사실은 계약을 체결할 생각은 없었지만 E사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의 H사와 느슨한 협상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따라서 E사와의 협상 막판 시점까지 ‘도저히 조건이 맞지 않으면 B사는 E사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기존에 논의를 진행 중이던 H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은근히 내비췄다.


반대로 E사는 당시까지도 한국에 마땅한 후보 라이센시 업체가 없었음이 여러 차례의 간접적인 질문을 통해 확인되었던바. 결국 E사에게는 배트나(대안)가 없었다는 점을 B사가 알고 있었던 것은 협상 진행에 큰 힘이 되었다.


8. 협상의 8계명(좋은 인간관계를 협상의 토대로 삼아라)


필자는 E사의 협상 담당자들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원했다.


B사가 E사의 Asia - Pacific 담당 임원 방에서 찍은 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담당 임원은 암벽등반에 취미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에, 암벽등반에 관한 다양한 기초 자료를 조사하게 한 다음, B사 임원이 E사의 담당 임원과 협상을 할 때, 자연스레 암벽등반에 관한 내용을 소재로 삼아서 대화할 것을 조언했다.


실제 그 과정에서 E사 담당 임원이 B사 임원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졌으며, 이는 막판 협상 타결 과정에 실제 도움이 되었다.



9. 협상의 9계명(질문하라, 질문하라, 질문하라)


협상 과정에서 B사와 필자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E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E사의 배트나(대안)는 있는지, B사가 제안한 다양한 issue 중 E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진정 무엇인지 등,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정보들은 질문을 통해 획득할 수 있었다. 당초 B사 임원들은 그러한 질문에 대해서 E사가 과연 제대로 답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막상 질문을 해 본 결과 E사는 B사의 상당수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한 답변을 해주었다. 미리 겁을 먹고 질문하지 않았으면 많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10. 협상의 제10계명(NPT를 활용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주먹구구 식의 대응이 아닌 협상 전체의 그림을 머리 속에 넣고 대응하기 위해서 IGM제시한 NPT를 기재해 가면서 수시로 변화해 가는 협상 상황에 대응해 나갔다. 도식화 해 놓은 내용은 전체적인 협상 상황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1. 윤재 2015.10.17 12:56 신고

    실제 협상 사례인가요? 혹시 어떤 기업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조우성 변호사의 ExPeX 협상론


제1부 : 기본 지식


1절. Interest


1. Interest와 position를 구별하라

2. Interest에 집중하라

3. hidden interest를 자극하라

4. Body Language, Micro Expression의 중요성

5. 나와 상대의 BATNA를 파악하라

6. 이슈메이킹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7. Creative Option을 만드는 법


2절. Skill


1. 사전 준비(팀구성, 역할분담, 시간, 정보, 권한자 파악)

2. Aim high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4. 권위의 법칙

5. 상호성의 법칙

6. 스토리텔링

7. 굿가이 뱃가이

8. 핑계대기

9. Say No

10. 대조효과

11. 점화효과

12. Re-Frame

13. Nudge

14. Walk Away

15. 양보의 노하우

16. 객관적 기준 설정

17. CREC


3절. Good Will


1. 호감도의 중요성

2.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3. 1인칭 시점 vs 3인칭 시점

4. 관대함의 위력

5. 존중의 힘





제2부 : 협상의 3단계 - ExPeX



1절. Explain(설명하고 파악하라)



1. 준비사항을 체크하라

2. 설명의 논리를 만들라

- 지식의 저주를 피하라

3. 경청하라

-  공감적 경청의 방법

-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 인정하진 못하더라도 공감할 수는 있다

4. 질문하라

5. 파악하라

- 상대방의 Interest

- 견하지 말고 관하라

- 상대방 Issue들의 경중

-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 상대방과 우리의 연결고리(인맥 등)

- 상대방의 개인적 관심

6. 관계를 구축하라 

7. 주요 대화법


2절. Persuade(설득하라)


1. interest(hidden interest 포함)를 자극하라

- 한비자로부터 배우는 설득의 지혜

2. 적합한 설득의 Skill을 활용하라

3. BATNA를 적극 활용하라

4. 감정에 호소하라

- 존중받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구

5. 거래를 포기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하라

6. 주요 대화법


3절. Exchange(교환하고 양보하라)


1. 교착상태가 치킨게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라

2. 이슈를 추출하고 정리하라

3. 경중을 구분하고 마지노선을 설정하라

4. 창조적 옵션을 만들라

5. 현명하게 주고 받아라

6. 전략적으로 양보하라

7. 주요 대화법




제3부 : ExPeX Nego Toolkit 활용법 


1. Explain


2. Persuade


3. Exchange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론 강의 섭외는

()이포비(e4B) 함정훈 팀장(02-568-2420 / hjh@e4b.co.kr)로 문의하시길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이야기 : 상대방의 껄끄러운 질문에 답변하는 법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상대방의 결정적이고도 껄끄러운 질문에 답변해야 할 때가 있다.
질문에도 요령이 있듯이 답변에도 요령이 있다.

<전제상황>

판매자는 구매자가 자신의 물건과 경쟁사들의 물건을 사전에 비교조사 해왔고, 적극적으로 구매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들이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한 후, 직접적으로 가격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물어왔다.

"저희가 제시한 가격이 성능을 비교해 볼 때 가장 좋은 가격이 아닌가요?"

<답변자의 고민>

만약 구매자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경우 판매자는 현재 가격 협상의 여지를 없애거나, 구매자의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거부하게 만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답변하는 법>

1. 주제를 바꾼다.

 '말씀하신 의도는 알겠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성능들이 다른 제품들도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대답을 늦춘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확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 없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3. 다른 질문에 답을 한다.

 '요즘 다른 제품들도 성능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4. 구체적인 질문은 일반적인 답으로

 '전반적으로 제품들의 가격들은 좋아지는 것 같아요.'

5. 의도를 묻는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시하신 가격에 구매할 지를 묻는 것인가요?'

6. 연관성이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능을 기준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어떤 측면에서 가격이 좋다고 하시는 건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조우성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2권 

권리 위에 잠자지 않겠다.



*


작은 벤처기업이 아이디어 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작은 벤처기업이기에 아이디어 만이 유일한 무기가 된다. 자본도 없고 설비도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무료로 개최하는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세미나’에 다녀왔다. 별 기대 없이 갔다. 하지만 2시간 가량 전문변호사라는 사람의 설명을 들었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그렇게 법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 변호사도 알겠지만 그래도 나 같은 ‘을’이 ‘갑’에 대항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영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강의를 마치고 명함을 받아두었다. 하지만 큰 로펌의 변호사를 내가 무슨 수로 부릴 수 있으랴.


*


머리 속에서 꿈틀거리던 아이디어가 조금씩 구체화됐다. 

‘위치기반을 활용한 소비자행동패턴의 분석 및 CRM 구축방법’


대학 때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배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케팅 방법론이다. 전반적인 비즈니스 플로우를 만들고 어떻게 IT와 엮을 수 있을지를 정리했다.


원래 아이디어를 보호하려면 특허 출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위에 알아보니 특허를 출원하고 중간에 이를 보정하며 나중에 등록까지 가려면 몇 백만 원이 들었다. 아직 내 수준에 몇 백만 원을 특허비용으로 쓰기란 부담스러웠다. 


*


그 세미나 진행할 때 변호사가 가르쳐준 것이 있다. 굳이 특허가 아니라도 영업비밀로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세미나에서 받았던 교재를 뒤적여봤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일단 내부적으로 영업비밀로서의 모양을 갖추라...

좋다. 일단 이 양반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페이퍼로 정리하고 이를 영업비밀보호센터(http://tradesecret.or.kr/main.do)에 등록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고 했는데. 음, 등록 비용이 몇 만원 수준이네?


정리된 아이디어를 영업비밀 형태로 정리했다.







지금 직원이라고 해봐야 고작 2명.

하지만 그 직원들에게도 이 영업비밀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세미나에서 받아 온 ‘영업비밀서약서’를 출력해서 직원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영업비밀을 준수하며 나중에 퇴직한 이후에도 이 영업비밀을 함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

막상 이런 걸 쓰라고 하면 직원들은 찜찜해 하지만 그래도 나로선 이게 밑천이니 어쩔 수 없다. 널리 이해해 달라.


*


내가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서비스는 없다. 위치기반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소개됐지만 내가 구상하는 이 정도의 정교한 서비스는 아직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알아봐 줄 곳만 있으면 되는데...


*


대학원 선배가 다리를 놓아 주었다. 역시 선배다.

내가 구상한 이 서비스는 통신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회사만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이 서비스를 제안해 볼 만한 곳으로는 국내에 3-4개 뿐이다. 그 중 업계 1등인 M사의 제휴기획팀이 선배에 의해 연결된 것이다. 


친구들이 걱정을 한다. 나 같은 벤처가 대기업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PT할 경우 사실상 모두 뺏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너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문제다.


이제부터는 진검승부다.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이 무기를 여기 저기 싸구려처럼 팔고 다닐 수는 없다. 구걸하지도 않겠다. 선배가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배운 대로 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장치를 하고서 그들을 만날 것이다.


*


M사 제휴기획팀 과장과 대리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선배가 소개를 했음에도 ‘그래, 대체 어떤 아이디어인지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건들거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에 마음 상할 내가 아니다.


나는 세미나 때 샘플로 받은 NDA(비밀유지약정)를 들이 밀었다.






‘이건 또 뭐야?’라는 황당한 표정의 그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제게는 워낙 중요한 아이디어라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야 해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NDA에는 오늘 공개하는 내용은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점, 그리고 그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역시 우리 회사에 귀속된다는 점, 이를 동의 없이 함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과장은 대리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언제 우리가 이런 걸 쓰면서까지 회의 한 적 있었나?”라며 짜증을 냈다. 그러자 대리는 “자신감 있고 좋아 보이는 데요. 한번 들어보죠 뭐.”라고 과장을 설득하더니 내가 제시한 NDA에 휘리릭 서명을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목례를 하고 준비해 간 PT자료 출력물을 건넨 후 30분 동안 상세하게 설명했다. 과장과 대리는 어떤 부분에선 심각하게 어떤 부분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설명을 들었다.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검토하고 연락드리죠.”

과장은 아까 처음과는 달리 웃으면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


그로부터 1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몇 번이고 먼저 전화를 해보려 했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사업을 자존심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심호흡을 하고 그 날 만났던 대리에게 전화를 했다. 내 이름을 이야기하니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다가는 “아...네. 저희들이 진작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사실 대표님이 제안하신 내용은 아주 이상적이긴 한데 실제 필드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 내부 검토 결론입니다. 이거 어쩌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라고 답하고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흠... 실제 필드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느 부분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설사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해도 조금씩 고쳐나가면 될 터인데.

너희들이 옥구슬을 옥구슬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괴로워할 일은 아니다. 좋다. 나는 계속 확신을 갖고 나간다.


*


8개월쯤 지난 어느 날.


잠자리에 들려는데 친구 녀석이 전화를 했다.


“야, A통신사에서 새롭게 서비스한다고 광고하는 걸 봤는데, 그거 네가 준비하던 서비스 아냐? 거기랑 계약한 거야?”


이건 무슨 소리?


나는 급히 인터넷에 접속해서 A통신사의 새로운 고객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살펴봤다. 어? 내가 M사에 제안한 서비스와 거의 동일했다. M사가 A사의 마케팅 업무를 대행한다는 것은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렇다면 M사는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마치 자기 것인 양 A사에게 제안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요 것 봐라? 일이 재미있어 지는데...


*


“상대방이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판단이 들 경우 너무 서둘러 공격을 하진 말기 바랍니다. 좀 더 숙성(熟成)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략상 유효하답니다. 너무 초기에 공격을 하게 되면 ‘그래, 우리 이 서비스 안 할래’라면서 발을 뺄 수도 있거든요. 상대가 도저히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에서 그 변호사가 하던 말이 기억났다.

좋다. 내가 내 자식을 몰라 보겠는가. A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새로운 CRM 서비스는 내 영업비밀과 거의 유사하다. 조금만 참겠다.






*


그 이후로 나는 매일같이 A사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서비스 진행 상황을 살폈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그 서비스의 CF에 기용되었다. 그리고 1,000명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 올라왔다. 아울러 A통신사는 이 서비스를 하반기 주력 서비스로 정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


나는 M사와 A사 모두에게 간략한 통보서를 썼다. 문안은 일단 인터넷을 보고 대략 참고했다.


우선 M사에 보낸 내용은 이러하다.


1) 지금 A사에서 진행하는 000 서비스는 2012년 2월 3일 발신인이 귀사 000과장, 000대리에게 PT하고 자료를 건네줬던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용과 아주 유사하다.


2) 발신인은 당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그 내용을 영업비밀보호센터(http://tradesecret.or.kr/main.do)에 등록해 놓았으며, 회사 직원들에게도 영업비밀서약서를 받아두는 등 그 비밀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3) 귀사 000과장, 000대리에게 서비스 내용을 공개할 때에도 별첨과 같은 NDA를 제공해서 이에 서명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귀사 직원들은 발신인이 그 날 발표한 서비스 내용은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에 속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4) 더욱이 그 날 발신인이 귀사 직원에게 제공한 PT 출력물에는 곳곳에 “본 제안서 상의 비즈니스 모델은 당사의 영업비밀로서 보호되고 있음을 이 제안서를 받아보는 분들은 충분히 인지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는 귀사 직원들에게 확인해 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다.


5) 결국 귀사는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을 임의로 유출한 것이므로 이에 따른 민, 형사상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발신인 회사는 A사의 서비스 중단을 A사에게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A사에는 M사에게 보낸 위 통보서를 첨부하고는


1)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귀사는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을 발신인 회사의 허락없이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2) 이는 명백한 영업비밀행위이므로 당장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

3)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민, 형사상의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음을 양지하기 바란다




는 내용으로 통보서를 보냈다.


*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다. 나는 M사에서 먼저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통신사인 A사에서 연락이 왔다.


일을 원만히 푸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가능하면 라이센스로 문제를 풀자고 했다. 나는 라이센스로 문제를 푸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았다.


“저희 서비스는 그대로 진행하구요, 이 과정에서 저희들이 대표님께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지요. 서로 머리를 맞대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흐흐.. 윈윈. 아름다운 얘기다. 내가 원하는 것이거든.

나는 “알겠습니다. 제 변호사님을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변호사가 있다고 하니 상대방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


“조우성 변호사님이시죠? 기억 못하시겠지요? 예전에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강의 들었던 사람입니다. A사와 라이센스 계약 협상도 하고 계약서도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경험이 없어서 말이죠. 네.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합니다. 이 사건을 좀 맡아 주시면 어떨까요? 네. 그렇죠. 네. 그럼 내일 오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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