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그라운드의 한비자, 김성근' (12)
누군가를 알아 주고 인정해 준다는 것
요즘 한화이글스의 권혁 선수가 장안의 화제다.
삼성 라이온즈에 있을 때는 그리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고 나서 팀의 중추 역할(마무리 투수)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권혁 선수는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선수생활 중 가장 행복하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3050631
김성근 감독은 권혁 선수가 흔들릴 때 마운드에 올라가 따뜻한 격려를 하고 ‘널 믿는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권혁 선수가 이야기하는 ‘나를 알아준다는 것’의 의미.
오늘은 한비자가 아닌 사마천 사기의 ‘자객열전’ 예양편을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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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꾸민다.
- 사마천 사기, 자객열전 예양편 -
예양은 중국의 옛 진(晉)나라 사람이다.
원래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으나 명성을 얻지 못하다가 ‘지백’을 섬겨 중용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런데 조양자가 지백을 타도했고, 그로 인해 예양은 쫓기는 몸이 됐다.
예양은 늘상 이렇게 말했다.
“뜻 있는 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성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아름답게 꾸민다고 했다. 지백이 나를 알아주었으니 나는 반드시 지백을 위해서 원수를 갚겠다”.
1차 시기
예양은 이름을 바꾸고 궁중의 변소 일을 하는 죄수로 가장해 들어가 비수를 품고 조양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변소를 들르는 조양자. 그런데 그 날 따라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리자 수상히 여겨 일꾼으로 가장한 예양을 붙잡아 심문한 끝에 그 실체를 알아냈다.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 했다’는 예양의 자백에 좌우 신하들은 당장 처형할 것을 조양자에게 권했으나 조양자는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조심해서 피하면 된다”며 풀어줬다.
2차 시기
그러자 예양은 포기하지 않고 몸에 옻칠을 해 피부병 환자를 가장하며 숨어 다니다가 조양자가 다니는 길목의 다리 밑에서 기다리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이번 역시 조양자가 탄 말이 놀란 듯이 하여 살피니 예양이 숨어 있음을 알아 그를 붙잡아 꾸짖었다.
“그대는 전에 범씨와 중행씨를 섬기지 않았나. 그런 범씨와 중행씨를 지백이 멸했는데 어찌하여 범씨와 중행씨를 생각지 않고 지백만을 위해 나를 죽여 원수를 갚으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예양은 “나는 분명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으나 그들은 날 범인(凡人)으로 대우했습니다, 그래서 나 또한 범인으로 보답했습니다. 그러나 지백은 저를 국사(國士)로 특별히 대우하였기 때문에 나 또한 국사로서 그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조양자는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아! 아깝도다. 그대가 지백을 위해 충의를 다했다는 명예는 이미 성취했다, 과인도 더는 너를 놓아줄 수가 없구나!”라고 하였다.
그러자 예양은 조양자의 옷이라도 내려주면 이를 베고 죽겠다고 했다. 조양자는 예양의 마지막 소원들 들어 자신의 의복을 내려주자, 예양은 그 의복을 벤 것으로 죽은 주군의 원수를 갚은 셈치고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했다. 인간관계론으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전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진정한 마음으로 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해 줄 때, 그 마음은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역사를 포함한 인문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다.
사마천은 자객열전의 예양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근본 밑바탕에는 그 사람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있음을 우리에게 설명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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