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8 18:22



나는 로케터(Lawketer)다

(부제 : 전문직 서비스 마케팅의 실전지침)


1부 : Intro


1.1. 전문직 서비스 종사자의 마케팅은 달라야 한다

1.2. 유형적 상품과 무형적 서비스 마케팅의 차이를 인식하라

1.3. 결국 '나 자신'을 파는 것이다

1.4. '마케팅 vs 세일즈' 그 차이를 구별하라

1.5. 전문직 종사자들의 마케팅에 관한 몇가지 오해

1.6. 마케팅 실패를 대하는 4가지 태도(원인귀속이론)

1.7. 전문가 마케팅 공식 'NAPE' 소개


2부 : Needs


2.1. 진정한 마케팅은 need를 want하게 만드는 것이다

2.2.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자극하라

2.3. 욕구에 촛점을 맞춘 사례들

2.4. 니즈를 확대하라(블루오션 개척전략)

2.5. 사후법무가 아닌 예방, 전략법무로 초점을 맞춰라

2.6. 해피콜을 적극 활용하라







3부 : Acknowledge


3.1. 역할모델은 유명 의사다

3.2. 고통을 제거해주라(Pain Point)

3.3.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라

3.4.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라 - 지름길을 선택하라

3.5.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적절히 보완하라

3.6. 의뢰인이 자주 제기하는 불만들

3.7. 후배의 성향을 감안한 업무지시방법

3.8. 거절당할 때부터 마케팅은 시작된다

3.9. 약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3.10. 실수는 오히려 기회다

3.11.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우문현답)

3.12. 게임오버를 선언하는 변호사

3.13.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라 같은 편이 되어 전략을 수립하라

3.14. 법률사무소 죽이기와 거절편지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라

3.15. 변호사 보수문제는 프로페셔널하게 언급하라


4부 : Person


4.1. 많은 이들에게 나를 알려라

4.2. 느슨한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4.3.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

4.4. SNS를 적극 활용하라

4.5. SNS활용의 5가지 Tip

4.6. 단골을 챙겨라

4.7. 무급 홍보대사를 육성하라


5부 : Ethos


5.1. 인간적인 호감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5.2. 소개해 준 사람의 체면을 살려주라

5.3. 동행자로서의 변호사

5.4. 의뢰인을 총체적으로 살펴라

5.5. 어느 한의사에게서 배우는 고객을 위한 자세

5.6. 긴 호흡을 가져라

5.7. 작은 사무소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제시하라

5.8. 패소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관리하는 방법

5.9. 좋은 변호사 vs 훌륭한 변호사

5.10. 내게 감동을 준 어느 택시기사







6부 : 대화법


1절 : 기본이론


1. 단호하지만 예의바른 I 메시지 화법

2. 뱀의 뇌에 말걸지 말라

3. 공감적 경청으로 의뢰인을 대하라

4. 라뽀르와 미러링

5. 웃는 낯의 중요성


제2절 : 상황별 대화법


1. 초도 상담할 때

2. 의뢰인 회사 방문을 제안할 때

3. 유대감 구축을 도모할 때

4. 전체 그림을 보여줘야 할 때

5. 사건의 유불리를 미리 언급해야 할 때

6. 변호사 보수를 제안할 때

7. 신건에 관한 급한 검토의뢰를 받을 때

8. 다른 사무실에서 1심 패소한 사건의 2심을 맡게 될 때

9. 고문기업으로 유치하고자 할 때

10. 기업 법무담당자를 배려할 때

11. 의뢰인이 비용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할 때

12. 수임을 실패했을 때

13. 재판 변론 당일 대화법

14. 껄끄러운 질문을 받았을 때

15. 패소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진행할 때

16. 사건이 아닌 사람에게 집중하는 대화법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1.06 03:58



나는 Lawketer(Lawyer+Marketer)다!


Rapport와 Mirroring



의뢰인과 상담에 들어가 명함을 주고 받은 뒤 바로 사건에 대한 논의에 돌입, 사건분석과 향후 대책을 설명하는 최 변호사. 상담시간 30분.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힘드셨겠습니다.”, “저런, 아니 어떻게 상대방은 그럴 수가 있죠?”라고 공감을 표시한 뒤 ‘최선을 다해서 업무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는 홍 변호사. 상담시간 1시간 20분.


과연 의뢰인은 어느 변호사를 선택할까?



“Rapport(라포)”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상호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심리치료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유대감이 바탕이 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한다.






“Mirroring"(미러링)


상대가 나와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상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호감을 갖게 된다는 심리학 용어다. 대부분 상대방의 몸짓, 언어,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따라 할 때 미러링이 발생한다. 이처럼 상대방을 따라하고 상대방에 집중하면 상대방과 동조상태(Synchrony)에 이르게 되고, 나아가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의 시선이나 몸짓이 딴 곳을 향하고 있을 때의 불쾌감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변호사는 사건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고, 변호사로서의 최고 덕목은 높은 승소율인가? 과연 그럴까? 그럼 아니란 말인가?


존 그레이 박사의 유명한 저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 책에서 그레이 박사는 남자와 여자의 대표적인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문제에 봉착해서 괴로워할 때 남자는 어떻게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고통을 남자가 알아차리고 그것에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차이가 서로의 관계를 영원히 힘들고 미묘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변호사, 금성에서 온 의뢰인”


변호사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변호사에게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멋진 해결책(Solution)이 아니라 자신의 아픈 마음을 공감해 주고(Rapport), 자신에게 집중해 주는 것(Mirroring)이다. 


의뢰인들이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어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의뢰인과 상담을 하면서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참아내셨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는 말을 건네 보자. 


그 말이 단지 입 발린 소리여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의뢰인의 마음을 공감하도록 노력하면서 이런 말을 건네야 한다


의뢰인은 변호사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민감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1.06 03:32

<'나는 Lawketer다'> 거래를 거절당했다고 상처받지 말라


** 전문직, 컨설턴트, 1:1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마케팅 강의 **


- 전문직 종사자들은 특히나 자신의 제안이 거절됐을 때 당황해 하고 감정적인 상처를 받는 경우를 보게 된다.


- 그러나 의사들을 떠올려보라. 의사들은 환자들을 친절하게 돌보지만 초연한 태도를 고수한다.


- 의사들은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고 환자가 그것을 충실히 따라 줄 것을 바라지만 환자가 그것에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노심초사하지는 않는다.



- 의사는 최선의 충고를 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한 것이고, 그것에 따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몫이다. 억지로 치료를 강제할 수는 없다.


- 만약 고객이 당신의 제안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것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 당신은 고객에게 최선의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받아 들이는 것은 고객의 몫일 뿐이다.


- 그렇게 생각해야 거절이나 실패에서 오는 고통을 적게 받을 수 있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1.06 02:57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저희 핵심직원이 사표를 내고 경쟁업체로 가버렸습니다. 그 일로 상담을 좀 하고 싶은데요.”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중소기업 K사 인사부장이 방문을 했다. 새로운 중소기업과 접촉을 하게 될 경우 나는 가능하면 그 회사의 CEO를 만나는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4가지 질문으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질문 1 : “고민이 크시겠습니다. 사장님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계시죠?”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한 회사의 입장, 특히 CEO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다.

 

질문 2 : “혹시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변호사님들과 상담해보셨습니까? 그 분들은 어떻게 조언해 주시던가요?”

 

이 질문을 통해 그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다른 변호사가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회사의 선행검토 내용을 전달받아 내 상담에 활용함으로써 리서취 노력을 덜 수 있다.

 

질문 3 : “대략적인 해결책은 말씀드린 바와 같은데, 이 설명을 제가 직접 CEO께 해 드리면 어떨까요?”

 

이 제안을 하면서 그 이유도 같이 설명한다.

 

같은 내용을 설명해도 CEO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직접 설명하는 경우 훨씬 권위 있게 받아들인다.

CEO는 직원의 설명을 듣다가 그럼 이 경우엔 어떻게 되는데?”라면서 추가질문을 할 경우가 많은데, 직원 입장에서는 즉답이 어려워서 변호사에게 다시 질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제안을 하면 대부분 중소기업 담당자들은 그렇게 해 주실 수 있나요? 출장비용을 드리기는 좀 어려운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 때는 쿨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저로서도 에둘러 가는 것보다 바로 CEO께 설명 드리는 편이 효과적이라서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부장님이 협상력을 잘 발휘했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추가 비용을 주지 않고도 회사로 출장 오게 만들었다고 말씀하십시오.” 이런 설명을 듣고 나의 제안을 거부하는 실무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질문 4 : “그럼 제가 CEO께 설명을 드릴 때, 사건 외적인 부분에 있어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을 통해 나는 회사 내부 역학관계, CEO의 고민 등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무자는 이미 내 편이 되었다.

 

나는 최대한 실무자의 입장을 살려주고 그에게 공()을 돌리면서 최종결정권자인 CEO를 만나게 된다. 중소기업 CEO들 중 상당수는 변호사의 직접 방문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에 변호사의 방문을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 이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2.12.24 01:24


조우성 변호사의 소송이야기 : 판사와 변호사의 부적절한 관계


C시 지방법원. 


지방도시 법원에서의 재판은 서울 법원에서의 재판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이 있다. 뭐랄까 좀 더 포근하고 인간적인...


나는 사건을 진행하기 위해 102호 법정으로 들어섰다. 판사석을 보니 대학 1년 후배인 K 판사가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나보다는 1년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던 K. 그동안 통 연락을 하지 않다가 이렇게 10여년 만에 법정에서 판사와 변호사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자주 법리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학구파 K. 나는 그와 같은 시골출신이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다. 


지금도 기억난다. 어느 겨울. K가 찢어진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과외 아르바이트 받은 돈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하나 선물했었다. 자존심 상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고맙게 받아주던 K. 세월이 많이도 흘렀구나.



내 사건 진행 차례가 되어 K에게 슬쩍 눈인사를 하고 재판을 시작했다. 이미 내가 주장할 내용은 다 서면으로 제출한 상태라 이번 기일에는 재판을 종결지으면 되었다.  다음 기일은 선고기일이라 굳이 내가 출석할 필요가 없었다(민사사건의 경우 선고기일에는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고 직원이 선고 결과만 파악하는 것이 관례다). 


나는 재판 진행을 마치고 변호사 석에서 가방을 챙기다가, 다음 사건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 내용이 좀 특이했다. 


원고는 OO 캐피탈, 피고는 어느 할아버지. OO 캐피탈은 11년 전 할아버지의 아들에게 3,000만 원을 대출해 줬고, 할아버지는 아들의 대출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 그런데 돈을 빌린 지 6개월 만에 아들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OO 캐피탈은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서류 더미에서 이 내용을 발견하고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연대보증에 따른 대출채무를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연체기간이 10년이 넘다보니 이자가 원금보다 더 커서 소송금액은 9,000만 원이 넘었다. 할아버지에게는 집이 한 채 있었는데 OO 캐피탈은 그 집에 가압류를 걸어 놓은 다음 이 사건 청구를 했다. 할아버지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서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아이구 판사님, 우리 부부가 평생 일해서 겨우 집 하나 갖고 있습니다. 한 번만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 할아버지가 패소하면 OO 캐피탈은 승소 판결문을 가지고 할아버지 집을 경매에 넘긴 후 누군가가 낙찰을 받게 되면 그 낙찰대금에서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해 갈 수 있다. 사정이 너무 딱했다.


K 판사는 OO 캐피탈측 변호사에게 질문했다.


“아니, 이렇게 오랫동안 묵혀뒀다가 소송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변호사는 “아, 죄송합니다. 내막을 알아보니 원고 회사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이 사건 서류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었나 봅니다.”라고 대답했다. 소송을 늦게 제기했다고 해서 재판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할아버지는 계속 K판사에게 “판사님, 제발 저희 늙은이들에게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읍소했다. 민사재판이라는 것이 그렇게 하소연한다고 자기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내려질 수는 없다.


K 판사는 OO 캐피탈측 변호사에게 “이 사건, 조정할 생각 없으신가요? 보니까 피고 사정이 딱한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K 판사는 원고 청구 금액 중 일부를 양보하게 하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볼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러자 변호사는 “저희 의뢰인은 조정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그냥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라고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나는 계속 법정에 남아서 그 사건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K 판사는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K 판사의 성품이라면, 이 사건에서 할아버지에게 패소판결을 내리는 것에 대해 정말 마음 아파할 것 같았다. 하지만 판사는 법에 정해진 대로 재판을 하는 사람일 뿐, 억울하다고 해서 무조건 할아버지 편을 들 수는 없다. K 판사는 할아버지에게 조언을 했다.



“할아버지, 이 사건을 혼자서 진행하지 마시고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해서 물어보시고 제대로 진행하십시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그냥 선처해 달라고 하시면 저희 판사들은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민사재판에서의 판사는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원고나 피고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만 판단을 해야 한다(소위 ‘당사자 주의’, ‘처분권 주의’). 즉, 원고나 피고는 자신에게 유리한 공격, 방어방법이 있을 경우 그것을 법정에서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 판사는 이를 판단할 수 없다. 판사가 지레 짐작하여 그 내용을 다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 할아버지가 참 딱하다는 생각을 하며 변호사석에서 일어서는데, K 판사가 나를 힐끗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할아버지께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할아버지, 제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요, 기록을 잘 살펴보시면 답변할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판사라서 그것을 가르쳐 드릴 수 없구요. 꼭 변호사님을 찾아가서 기록 한 번만 봐 달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K 판사는 이 말을 하면서 3번이나 나를 쳐다봤다. 


‘뭐지? 내게 하는 얘긴가?’


일단 나는 법정을 나왔다. 곧이어 할아버지가 눈물을 닦으며 법정을 나오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명함을 내밀고는 소송기록을 잠깐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선선히 기록을 내밀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소송기록. 전체를 읽어보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 나는 왜 K 판사가 아까 나를 그렇게 쳐다봤는지 이해가 됐다. 


‘소멸시효 문제로군’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주었더라도 채권자(빚을 받을 사람)가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상대방(채무자)은 “당신은 왜 오랜 기간 동안 내게 돈 갚으라고 하지 않았소?”라면서 채권자의 청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일정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의 법리이다. 


그런데 문제는 재판과정에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얻으려면 채무자 스스로 소멸시효 주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소멸시효 주장을 하지 않았는데 판사가 직권으로 소멸시효 판단을 하게 되면 이는 위법한 재판이 된다.


OO 캐피탈이 할아버지의 아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 11년 전. 그리고 그 아들이 이자를 갚다가 사망한 것은 10년 6개월 전. 그렇다면 결국 OO 캐피탈은 10년 6개월 전부터 보증인인 할아버지에게 돈을 갚으라는 청구를 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하고 있다가 이제야 그 청구를 한 것이다. 


할아버지는 법정에서 한번만 봐달라고 울면서 애원할 것이 아니라 “원고의 채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합니다.”라는 주장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오케이! 나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근처 PC방으로 갔다. 그 곳에서 20분 정도 시간을 들여 간단한 ‘준비서면’을 작성한 후 3부를 출력했다. 


“할아버지, 이 서류를 지금 법원에 가서 접수하십시오.”


할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래도 변호사라는 사람이 서류를 만들어 주니 신뢰하는 눈치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법원으로 들어가시는 할아버지.


그로부터 두 달쯤 지났을 때 나는 K 판사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님, 그 때 그 할아버지건 잘 됐습니다. 오늘 할아버지 승소하셨습니다.”

“어? 그걸 왜 내게?”

“그 할아버지 재판 당일 바로 준비서면 접수됐잖아요. 선배님 작품인 거 압니다.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습니다.”

“판사가 그렇게 마음이 물러서 어떡하노?”



“선배님... 제게 책 주셨던 거 기억하세요?”


책이라…. 그랬구나. 1992년. 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직후 하숙집을 찾아온 K가 어렵게 꺼낸 말.


“선배님, 혹시 보시던 책… 제게 몇 권 주실 수 있으신가요?”


법률서적이 워낙 고가여서 나나 K 같은 지방 고학생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되었다. 나는 “그래, 안 그래도 저 놈의 책들, 징글징글하다. 모조리 가져가 버려라. 난 깨끗한 책 사서 보면 되지.”면서 20여권의 책을 줬던 것 같다. K가 이야기를 하니 그 제야 기억이 났다. 저 친구는 그 때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구나.






판사는 수많은 분쟁에 대해 양 측의 주장을 들어 판단하고 그 결과를 선언하는 사람이다. 변호사는 자신에게 의뢰한 의뢰인의 입장만 대변하면 되지만 판사는 분쟁 당사자 양 측의 주장을 다 들은 후 공정한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 직업적인 고민은 변호사의 그것보다 더 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법에도 인정(人情)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인정에 이끌려 사건을 처리할 때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K 판사처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판사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앞으로도 법정에서 K 판사가 따뜻하고도 사려 깊은 재판진행을 해주길 기원하고 또 응원한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2.11.22 02:36

1심 패소 사건을 수임할 때 유의할 점

 

다른 변호사가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의 2심을 수임할 때는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한 번 패소를 당한 의뢰인은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 또 그 패소의 원인이 1심 변호사의 잘못에 있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이라면 변호사에 대한 불신이 전제되어 있다.

 

2심 사건 수임 시 유의할 점은 다음 4가지이다.

 

1) 패소로 인한 의뢰인의 상처, 상실감에 최대한 공감할 것.

2) 변호사를 바꾸려는 이유를 분명히 파악할 것.

3) 패소한 이유에 대해 의뢰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것.

4) 절대 1심 수행변호사에 대한 험담을 하지 말 것.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질문 4가지를 소개한다.

 

질문 1 : “1심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텐데 2심에서 변호사를 굳이 바꾸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이 어떤 이유로 변호사를 바꾸려는지 정확히 알아야만 한다. ‘단순히 패소했기 때문에변호사를 바꾸는 의뢰인은 많지 않다. 이 질문을 통해 의뢰인이 변호사를 바꾸려는 정확한 이유(그 이유가 정당한 것이든 부당한 것이든 불문하고)를 알아낼 수 있다.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해서는 변호사님께서 물어 보시니 말씀드리는 건데요...”라면서 솔직히 대답하는 의뢰인이 많다.

 

질문 2 : “돌이켜 생각해 볼 때 1심 진행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 특히 1심 변호사께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질문 1과 관련이 있지만 알아내고자 하는 포인트는 약간 다르다. 1심 변호사의 수행 과정 중에서 특별히 미흡했던 부분(법리주장이 약했다, 치열하지 못했다, 사건파악에 소홀했다, 의뢰인의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았다)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질문이고, 그 답에 따라 2심에서 특별히 유념해야 할 부분을 알아차리게 된다.

 

 

 

 

 

질문 3 : “1심에서 충분히 자료를 제출하셨습니까? 아니면 더 제출할 자료가 있으십니까?”

 

의뢰인이 자료제출 부족으로 패소했다고 인식하는지, 아니면 자료는 충분히 제출했는데 다른 외부적인 요인으로 패소했다고 인식하는지를 알아내는 질문이다. 특히 자료제출은 다 했는데 소위 정치력(?)’으로 패소했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질문 4 : “1심에서 이미 한번 비용을 치르셨기에 다시 비용을 치르는데 상당한 부담이 있으시지요? 어떠신가요?”

 

한번 패소한 의뢰인들은 다시 변호사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그건 1심에서의 일이고, 저랑은 새롭게 하시는 거니까 제가 관여할 바 아닙니다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의뢰인 입장에서는 서운하다. 적어도 이 질문을 통해서 의뢰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 수임 약정에 결코 불리하지 않았던 것이 나의 경험이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2.11.07 00:02

<관계의 변화> -인생무상


소송관련 서면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 풀어내듯 써내려가게 됩니다. 


그런 글을 쓰다보면 꼭 느끼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패턴이 있다는 점입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아주 친하던 시기' -> '조금씩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시기' -> '결국 둘 사이에 심한 다툼을 하게 되는 시기' 


인생무상. 


여기서 '무상(無常)'의 의미는 '일정하지 않고 항상 변해간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맺었던 관계는 계속해서 변합니다. 

당사자들의 마음이 변하기도 하고, 주위 여건이 변하기도 하고. 


'이 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부부관계도 그럴진대...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2.03.11 23:52

<오늘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느낀 내용>

 

오늘 꽤 큰 자산규모를 가진 기업(고문기업)의 사내 변호사와 소송 관련 회의를 했습니다.

 

Small Talk를 하다가 변호사들의 상담 attitude에 대한 평가 얘기가 나왔답니다.

 

"솔직히 저도 변호사지만, 의뢰인 앞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해보겠다.'라는 파이팅을 보여주는 변호사님에게 더 신뢰를 갖는 것 같아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님들은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에서도 판사님처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썩 의뢰인들에게 마음에 안 와닿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해서 왔는데, 너무 보수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 아니라,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의욕을 보여주는 변호사에게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끌리더라는 이야기.

 

초도 상담을 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의욕과 자신감을 표명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1.12.31 22:28
후배 변호사들에게 자주 하는 잔소리 중의 하나입니다.

의뢰인이 최초 방문해서 상담을 할 때는
반드시 의뢰인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interest)을 정확히 언급해 주라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의뢰인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라는 것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의뢰인들에게 반드시 해 주어야 할 포인트는 다음 세가지입니다.


첫째, 사건의 승패 전망

  통상 변호사들은 승패 전망에 대해서 대단히 모호한 설명을 하지만 저는 가능하면 현 상황에서 나타난 자료만에 
  근거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서, 최대한 명확하게 승패에 대한 예상을 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떤변호사들은 "그런 식으로 말했다가 나중에 책잡히면 어쩌려고 그러노."라고 하지만 
  적어도 최초 상담 단계에서 사건의 승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둘째, 향후 사건이 진행될 방향 및 소요시간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할 때도, 과연 어느 정도 치료를 하고 어떤 시술을 받게 되는지가 궁금하듯이 재판도 마찬가지
  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향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서면공방 후 변론준비절차와 변론절차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따라서 대략
  언제쯤이면 1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예상이긴 하지만) 언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세째, 비용문제

   의뢰인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바로 이부분입니다. 대형로펌이기 때문에 턱없이 비싸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있으니, 사무실의 기준을 명확히 설명해서 불안감을 해소해 드리려고 합니다.

   나아가 사건의 난이도에 따라 어느 정도 할인의 폭을 주도록 노력합니다.

통상 위 3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면 의뢰인은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대방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 즉 interest를 자극한 예가 될 것입니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