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2 00:43

조우성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한사람이 있다면 2권 중

'이혼방지 전문가'



“선배님, 저희 형님 일인데 바쁘시겠지만 꼭 상담 한 번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후배 요청으로 상담을 하게 된 최희철씨.


G기공에서 7년간 근무했고 마지막 3년 간은 그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다가 오너와의 불화로 사표를 내고 그 뒤로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그. G기공은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을 계속 대출받아 사용했고, 최희철씨는 임원으로서 G기공의 대출채무에 연대보증을 섰으며 매년 대출 연장시에도 서명을 했다.


최희철씨가 G기공에 사표를 낸 것은 3년 전. 그런데 최근 G기공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그 채무의 연대보증인인 최희철씨에게 빚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H상호저축은행은  최희철씨 명의 아파트에 가압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 하나 밖에 없는데, 여기에 가압류까지 당하고 나면 애들 결혼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눈 앞이 캄캄합니다. 그 잘난 임원한답시고 보증만 잔뜩 서고...”


이사로 재직할 당시 최희철씨가 파악한 G기공의 대출규모는 5억 원 정도였는데, 자신이 퇴직한 이후 대출 규모가 증가하여 이제는 15억 원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가 변호사 두 분께 여쭤봤는데, 제가 연대보증한 것이 맞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유일한 방법은 제가 와이프와 이혼을 하는 수밖에는...”


“이혼요?”


“네, 애들 엄마에겐 제가 잘 설명을 해야지요. 이혼을 한다고 하고 제가 애들 엄마 앞으로 재산분할 명목으로 집의 지분 1/2를 넘겨주는 방법을 취하면 그나마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아... 그 방법은 좀...”





남편이 많은 채무를 져서 채권자로부터 독촉을 받을 때 이를 피하기 위해서 가장(假裝) 이혼을 시도하는 부부들이 많다. 실제 빚 때문에 부부사이의 신뢰가 깨져서 이혼을 한다면 모르지만, 단순히 채권자들의 빚 독촉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이혼을 하려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첫째, 형식상 가장 이혼을 한다고 하지만 일단 법적으로 이혼 수속을 밟고 따로 살게 되면 실질적으로도 서로의 관계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혼을 하든 안하든 남편의 채무는 남편만 책임을 질뿐이지 부인이 당연히 남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셋째, 오히려 가장 이혼을 하면서 재산을 일부라도 부인 앞으로 빼돌리면 채권자로서는 ‘강제집행면탈죄’라는 형사적인 책임을 채무자에게 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남편은 형사고소까지 당하게 되어 더 힘들게 된다.


나는 이런 사정을 최희철씨에게 설명하면서 이혼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최희철씨는 내 말에 반색을 했다. “아. 이혼을 하나 안하나 똑같다는 말씀이죠?” 최희철씨는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변호사가 ‘이혼이 최선’이라고 설명해 주니 마음이 착잡했던 것이다.


“네, 이혼이라는 미봉책이 아니라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알아봅시다. 잠깐만요...”


나는 몇 가지 사항을 최희철씨에게 물어 보았다.


“이사직을 그만 둘 당시 혹시 상호저축은행에 더 이상 연대보증책임 지지 않는다고 통보하셨나요?”

“일단 제가 좀 찜찜해서 사표를 내면서 상호저축은행에 그 사실을 통보한 적은 있습니다만 그런 일방적인 통보로는 효력이 없다더군요.”


“혹시 그 때 연대보증 서명했던 대출서류는 갖고 있지 않으시나요?”

“제가 상호저축은행에 가서 받아올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서류일체를 가지고 오십시오.”


나는 뭔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며칠 뒤 최희철씨가 대출서류를 갖고 왔다.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나는 빙그레 웃었다.


“사장님. 방법이 있습니다.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회사의 임원 자격에서 보증을 선 사람이, 그 임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예전의 보증책임을 그대로 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주 복잡한 법적 문제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임원의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책임을 지지만, 예외적으로 ‘특정 채무가 아닌 회사의 계속된 채무 일체에 대해서 보증책임을 지는 경우’, 즉 포괄근보증일 경우에는 임원이 회사의 임원직을 그만두면서 보증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금융기관에 통보했을 때에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사장님이 G기공 이사직을 그만두면서 H상호저축은행에 통보를 한 것은 잘 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대출서류를 보니 채무 금액이 특정이 되어 있긴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특정에 불과하고 사실상 ‘장래에 G기공이 부담하는 채무 일체’에 대해서 연대보증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포괄근보증에 해당합니다. 포괄근보증일 경우에는 임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통보를 통해 연대보증의 해지가 가능합니다.”


최희철씨는 의외의 실마리에 기뻐했다.


“그럼 소송을 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소송을 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일단 제가 상호저축은행측에 내용증명을 보내보겠습니다.”


나는 최희철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H상호저축은행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① 최희철씨가 G기공의 대출채무에 연대보증한 것은 G기공의 임원자격에서 불가피한 것이었다. 


② 최희철씨가 G기공의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자신은 더 이상 연대보증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점을 통보한 바 있다. 


③ 최희철씨가 연대보증한 G기공의 귀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채무는 ‘포괄근보증’이다. 


④ 포괄근보증의 경우 임원의 지위에서 연대보증한 보증인은 그 지위에서 물러나면서 해지통보를 할 경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을 할 경우에는 금융감독기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 뒤 상호저축은행 담당자로부터 내게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법적인 설명을 더 자세하게 해주었더니 더 이상 최희철씨에게는 책임을 추궁할 실익이 없겠다면서 절차를 종결시키겠다고 알려왔다.


이 기쁜 소식을 최희철씨에게 알려주었더니 며칠 후 부인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솔직히 제 실수로 이혼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암울했습니다. 와이프에게도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구요. 그런데 이렇게 내용증명으로 문제가 해결되니 정말...”


“이거 정말 약소합니다만, 저희 부부 성의입니다. 곧 설날이기도 하고.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주세요.”


최희철씨의 부인은 내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나중에 열어보니 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 10장이었다.





오호~

설날을 앞두고 있으니 어머니께 5장, 와이프에게 5장을 건네면 아주 적절할 것 같아 어깨가 으쓱했다.


최희철씨를 보낸 후 몇 시간 뒤에 전화를 받았다.

K였다.


“조변호사, 설 대목 전이라 바쁘지? 근데 말야 괜찮은 Deal이 내게 왔어, 꼭 한번 검토해 주면 좋겠는데. 한 30분이면 돼.”


오, K. 이번엔 또 무슨 Deal일까.


이 친구와의 인연이 떠올랐다. 


변호사 생활 시작한 지 3년 만에 만났던 사회친구. 미국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IT업체가 큰 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큰 자금을 마련했고, 그 자금을 들고 한국으로 와서 미국과의 다양한 거래를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K를 알게 되어 다양한 계약 검토를 해 주었다.

인물 좋고 성격 좋은 K.


거기다 성공한 청년사업가이기도 했기에 항상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결혼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미모를 갖춘 전문직 여성과 성대하게 치렀다.


그러던 K가 올인(all in)했던 투자건 하나가 문제가 생기면서 갑자기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다. 사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친구가 하루 아침에 알거지 신세가 되다니... 여기저기서 채권자들이 들이 닥치는 통에 엄청나게 시달렸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친구라 그런지 결코 사람들에게 꿀리기 싫어했다. 사람들을 만나도 꼭 호텔에서 만나고 커피 값을 내도 본인이 내야 했다. 남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지만 내게는 속내를 다 이야기하는 K.


“와이프가 고생하지 뭐. 와이프 신용카드 7개를 만들었어. 그 중 6개를 내가 쓰면서 돌려막기 하고 있지. 한 방이면 되는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K.


한 번 큰 물에서 놀아봤던 친구라서 그런지 손을 대는 Deal들은 하나 같이 금액도 크고 내용도 좀 황당했다. 친구로서의 내 바램은 작은 Deal부터 시작해서 차근 차근 올라갔으면 했는데, K는 한 방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뭔가를 노렸다.


K가 그런 식으로 본의 아닌 헛발질을 한 지도 어언 2년이 접어 들어가는 시점이었다. 그 큰 빚더미를 안고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늠이 안 되었다. 과연 오늘은 어떤 Deal을 가지고 날 찾아오는 걸까?


“니콜라스 2세가 누군지 알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야. 볼세비키 혁명 때문에 그 일가족은 살해되거나 추방됐거든. 그런데 니콜라이 2세는 엄청난 부자였고, 그 친척들과 신하들이 니콜라스 2세의 막대한 금과 보물들을 빼돌렸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지. 왕국을 언젠가는 다시 재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아. 어쨌든 그 막대한 금과 보물들을 몽골 지역 곳곳에 매장해 뒀다고 해. 그리고 나중에 이를 찾을 수 있기 위해 보물지도를 비밀리에 만들어서 보관했고, 그 중에 몇 개가 발견됐어.”







나는 표정관리를 하며 K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내가 하는 말이 좀 황당할 거야. 하지만 실제 캐나다 업체가 몽골에서 금광을 발견한 일이 신문에 보도가 됐다구. 여기 봐봐. 이번에 내 파트너가 발견한 보물지도에 따르면 아직 아무도 발굴하지 못한 곳에 3군데나 표시가 되어 있다는 거야. 몽골정부로부터 금광채굴 독점권을 따 내면 대박이야. 우리 광물자원공사 쪽에도 선을 대놨어. 네가 변호사로서 우리가 뭘 체크해봐야 하는지, 그리고 관련 계약서들을 좀 살펴봐주면 좋겠어. 그리고 가능하면 몽골 쪽 로펌도 한번 알아봐주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일이 신빙성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K가 워낙 신이 나서 설명했기에 야박하게 자르기가 힘들었다. 일단 자료를 받아두고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회의를 마치고 K를 보내려다가 K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내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다, 어떻든 재기하려고 발버둥치는 K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문서 파일을 열고 편지를 썼다.

궁서체 14포인트로 예쁘게. 


“친애하는 친구 K.


나는 아직도 널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낸 스토리는 내게도 큰 귀감이 되었어.

지금은 다소 힘들고 외롭겠지만

난 널 믿는다.

넌 반드시 예전의, 아니 예전 모습보다 더 멋지게 재기할 거니까.

용기를 잃지 말기 바란다.


언제나 너를 믿는 친구 우성”


유치할 수도 있지만 왠지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편지를 출력해서 봉투에 넣고, 아까 최희철씨로부터 받은 상품권 10장을 그 봉투에 같이 넣었다.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K에게 봉투를 건넸다.


“어? 이게 뭐냐?”


“연애편지일까봐? 설인데 제수씨에게 선물 좀 사드리라구. 체면 좀 세워야지. 안 그래?”


“야, 뭐 이런 걸 주고 그러냐.”


항상 남에게 퍼주기만 하던 K로서는 남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이 많이 어색했던 것 같다.


그 후 K로부터 더 이상 몽골 금광 프로젝트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사이에 K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예전에 K에게 신세를 졌던 후배가 좋은 Deal을 갖고 왔고, K는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그 Deal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그리고 연이어 2-3개의 M&A Deal을 성공시키면서 불과 짧은 시간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K의 활약상을 신문을 통해 계속 지켜보면서 흐뭇해 했다.


그 해 추석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저녁.

갑자기 K가 전화를 걸어왔다.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는데 당장 사무실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이런 도깨비 같은...


사무실 앞으로 나가보니 기사 딸린 자가용 앞에서 폼을 잡고 서 있었다. 

“야, 조우성이! 오랜만이지? 연락 못해 미안하다.”

그러더니 잠깐 같이 걷자고 했다.


“내가 진짜 진짜 너에게 고마워할 일이 있거든. 그런데 말야. 좀 폼 나게 인사를 하고 싶어서 참았다. 뭔 얘긴지 궁금하지 않냐?”



몽골 금광 건으로 나를 만나러 온 그 당시, K 와이프는 K에게 이혼 이야기를 2-3번 꺼낸 상황이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계속 허황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K의 모습에 큰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몰리다보니 K는 더더욱 큰 한방을 찾아 불나방처럼 뛰어 다녔던 것이고.


내가 준 편지와 상품권. K는 내 친구가 주더라면서 그 편지와 상품권을 와이프에게 내놓았다. K의 와이프는 내 편지를 보고는 한참을 말없이 있더니 “당신 친구도 이렇게 당신을 믿어주는데 내가... 와이프인 내가... 당신을 안믿어 주면 안되겠어요. 미안했어요 그동안.”라고 말했다.

K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가 준 편지를 자기 컴퓨터 옆에 떡 하니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그 편지는 완벽한 와이프 입막음용이었다.


“친구야. 그 편지 아직까지 붙어 있어. 그리고 미안한 건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갈 땐 네 이름을 팔곤 해. 넌 우리 와이프에겐 보증수표거든. 하하하. 고마워.”


그리고는 흰 봉투 하나를 내 주머니에 쿡 찔러 넣었다.


“친구야. 제수씨랑 애들 맛있는 거 사주고 나머지는 비자금 해라! 이게 내 방식인 거 알지? 추석 잘 쇠고!”


아, 나의 궁서체 편지가 그렇게 큰 역할을 했다니. 

K가 주머니에 찔러 준 봉투에 든 현금을 세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


K는 그 후로 몇 가지 사업을 진행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예전처럼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하지만 잊을만 하면 불쑥 불쑥 전화를 걸어 온다.


그러고 보니 7년 전 설날, 나는 두 커플의 이혼 위기를 막았던 거로구나. 이 정도면 복 받지 않을까.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8.24 18:06

내 마음의 신원보증


“그냥 합의하는 게 어때?”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하지만 후배 성철은 단호했다.


“선배님.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인데, 제가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합의를 해야만 할까요?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봅니다.”


“음... 자네 마음은 알겠는데. 일단 상대방이 상처를 입었다고 진단서를 제출한 마당이니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봐야 하거든.”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오히려 저쪽이 가해자잖아요!”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 이성철(가명 ; 32세)은 중소기업 자금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주 성실한 친구다. 


아파트 5층에 거주하는 성철에게는 5살과 3살 된 두 아들이 있었다. 어느 일요일 저녁, 성철 부부는 애들만 남겨두고 시장에 다녀왔다. 집으로 들어서는데 대문이 열려있었고, 4층에 사는 김형래씨(45세; 가명)가 성철의 집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성철의 두 아들은 손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벌을 서고 있었다.


평소 4층에 사는 이가 정신적으로 문제있다고 해서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말이 많았는데 바로 그 사람이 자기 집에 들어와 있으니 성철은 가슴이 철렁했다. 성철이 김형래씨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자 그는 “그냥 초인종 눌러보니 아이들이 문을 열어줘서 들어왔어요. 물 한잔 달라고 하는데 애들이 말을 안 들어서 야단 좀 치고 있었어요.”라면서 횡설수설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놀란 성철은 “어른도 없는 집에 왜 함부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하자  김형래씨는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냐!”면서 주먹으로 성철을 때리려고 했다. 성철은 주먹을 피하려고 몸을 숙이면서 김형래씨를 밀쳤는데, 김형래씨는 밀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김형래씨는 병원에서 전치 3주의 뇌진탕 진단서를 발급받은 다음 성철을 상해죄로 고소했고, 성철도 김형래씨를 상대로 주거침입죄로 맞고소를 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보더라도 김형래씨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했던지 성철에게 서로 원만히 합의하고, 쌍방 고소를 취하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을 것을 권유했고 성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게 물어왔던 것이다. 나는 서로 합의하고 고소취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하지만 독실한 크리스쳔이면서 원칙주의자인 성철은 그런 식의 타협은 옳지 않다며 합의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성철아. 네 마음은 알겠는데, 살다보면 말야, 그냥 피해가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어. 꼭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성철을 달래보려 했지만 성철은 도저히 김형래씨와 적당히 합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성철은 상해죄로 벌금 70만 원, 김형래씨는 주거침입죄로 벌금 100만 원의 형을 받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난 어느날 성철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선배님. 저 어떻게 하면 좋죠? 눈 앞이 캄캄합니다.”


성철이 다니던 회사는 대표이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6개월 전에 부도처리 되었다. 성철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끝에 어느 헤드헌터를 통해 독일계 회사인 Z사에서 자금부 담당 직원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입사지원을 했다.


꽤나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워낙 성실한 성철이었기에 서류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3차까지 이어진 면접도 마쳤다. Z사는 연봉도 예전 회사에 비해 거의 2배에 육박했고, 성철의 장기인 외국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곳이어서 여러 면에서 성철에게는 매력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 것은 제일 마지막 신원조회 단계.


회사는 성철에게 몇 가지를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 그 중에는 ‘형사적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항목이 있었다. 사실 일반 사기업으로서는 어떤 사람이 형사처벌 받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철은 거짓으로 대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바른생활 사나이’인 성철은 자신이 상해죄로 벌금 70만 원을 부과 받은 사실을 숨기기 싫었다. 성철은 자신이 벌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하면 충분히 인사담당자를 납득시킬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막상 성철로부터 벌금 전과 사실을 통보받은 인사담당이사는 성철을 불러서 ‘우리 회사는 폭행이나 상해 전과자를 취업시킬 수는 없다. 미안하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선배님, 그 때 그냥 선배님 말씀대로 합의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정말 후회가 됩니다. 회사 측에 설명을 해서 취업이 되도록 할 방법이 없을까요? 면접까지 다 통과한 마당에 이렇게 되니 정말 억울합니다.”



가장(家長)이 6개월 째 월급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도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뚫어보나.

나는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성철로부터 Z사 인사담당이사 전화번호를 넘겨 받은 다음 통화를 시도했다.


“저, 안00이사님 되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조우성 변호사라고 합니다. 이성철 군 문제와 관련해서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안 이사는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다. 나는 성철이 아주 억울하게 사건에 연루된 것이라는 점을 한참동안 설명했다. 내 설명을 다 듣고 난 안 이사는 이렇게 질문했다.


“실례지만 조 변호사님은 이성철씨와 어떤 사이신가요?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인가요?”


“아, 네.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라기 보다는 그냥 사회에서 알게 된 사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 때 그 사건도 제가 정식으로 의뢰받아서 처리한 건은 아니고 지인으로서 상담을 해 준 것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 방침이 그렇다보니 이성철씨 건은 부정적인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외국계 회사이다보니 형사 전과 전력에 대해서는 엄격한 입장인 것 같았다. 일말의 기대를 갖고서 옆에서 지켜보던 성철은 이만 저만 낙담한 것이 아니었다.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려면 최소한 몇 개월은 더 걸려야 할 텐데.


나는 성철이 건네 준 안 이사 명함에 있던 이메일 주소를 따로 메모했다. 그리고 그 날 밤. 안 이사에게 메일을 썼다.







“안 이사님. 아까 전화로 인사드린 조우성 변호사입니다. 갑자기 연락을 드렸음에도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철군은 제가 아끼는 후배이기에 한 번만 더 부탁을 드리고자 메일을 씁니다. 번거롭게 해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하지만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성철군은 참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답지 않게 고지식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중심잡힌 사람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형사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건의 내용을 요약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래층 사람이 성철 부부가 집에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올라와 5살, 3살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을 발견한 성철군이 이에 항의하다가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성철군을 가해자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 형사절차상, 원인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이 피해자로 인정받는 다소 불합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아래층 사람이 성철군에게 밀려서 다치게 되자 진단서를 발급받아 고소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습니다. 형사 문제가 비화되자 오히려 경찰에서는 서로 합의를 보고 종결하라고 권유했고, 저 역시 그것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성철군은 그렇게 하는 것은 자기 양심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고, 결국은 벌금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저는 성철군이 참 융통성이 없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사람이면 피해자와 적절히 타협하고 전과(前科)를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철군은 옳고 그름에 대한 주관이 뚜렷했기에 비록 자신이 벌금 전과자가 되더라도 부당한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입니다.


이사님.

현재 귀사에서 뽑으려는 직원은 자금부 담당 직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금부 담당 직원은 원칙과 규율을 지키며 오히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5년간 지켜본 성철군은 강력하게 추천해 드릴만한 인품과 실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철군은 귀사에 취업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성철군과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제 친인척도 아닙니다. 취업을 도와달라는 위임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성철군의 사회 선배로서, 성철군 앞에 찾아 온 좋은 기회가 날아가 버릴 것을 두려워해서 이렇게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형사 사건과 관련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제게 문의해 주시면 설명 드리겠습니다. 제 휴대폰 번호는 010-5472-xxxx입니다.


긴 메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철군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조 우 성 올림“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날, 안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 번 만나자고 했다. 나는 그 날 오후 Z사에 가서 안 이사와 2시간 가량 면담을 했다. 나는 형사사건의 내용, 그리고 원인이야 어떻든 결과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형사사건 처리의 문제점, 내가 평소에 봐왔던 성철군의 모습 등을 최대한 담담하게 설명했다.


내 설명을 꼼꼼히 메모하면서 듣고 있던 안 이사는 내게 불쑥 이런 제안을 했다.


“조 변호사님, 그럼 만약 이성철씨가 우리 회사에 입사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에 대해서 일체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나 보증서 같은 거 한 장 쓰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신원보증서’ 같은 것을 의미하나 싶었다.


“네, 주십시오. 쓰겠습니다.”


그러자 안 이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로부터 3일 후 성철이는 Z사에서 최종 입사허락통보를 받았다. 친인척도 아닌 사람이 메일도 보내고 직접 회사까지 찾아와 성철군을 옹호해 준 것을 높이 평가했고, ‘그 정도면 적어도 문제를 일으킬 사람은 아니다’라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야호! 둘은 서로 눈물을 글썽이며 축하했다.


그로부터 2달 후, 나는 안 이사의 전화를 받았다.


“조 변호사님. 이번에 저희 회사가 고문변호사를 한 분 두려고 하는데, 괜찮으시면 조 변호사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고문변호사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제가 지난번에 저희 CEO께 조 변호사님 말씀을 드렸는데, 저희 CEO께서 조 변호사님과 인연을 맺고 싶다고 하시는군요. 저희도 이성철씨처럼 열심히 변호해 주실 수 있죠?”



아... 이렇게도 일이 풀리는구나.

이렇게도...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6.18 02:13

조우성 변호사의 ‘Pacta Sund Servanda’


 네번째 이야기 : 변호사의 Credit



‘Pacta Sund Servanda(팍타 준트 제르반다)’는 법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라틴어 법언(法諺 ; legal maxim)으로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변호사로서 경험하는 제 삶의 작은 이야기들을 이 대표적인 법언을 제목으로 해서 연재하고자 합니다. 법에세이, 즉 lawssay(로세이)입니다.




강 판사는 어제 동문회에서 10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인 박종태 사장이 건넨 제안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부모님의 오랜 병환, 세 아들의 교육비.

판사 월급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판사생활 8년째. 적어도 지방법원 부장판사 자리에는 올랐다가 변호사가 되어야 로펌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 텐데... 아직은 변호사로서의 개업도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 


“강 판사. 넌 우리 동문의 자랑이야. 그런데 계속 판사만 하기에는 지겹지 않나? 이젠 나와서 큰 일을 해야지? 안 그래?”


박종태는 강 판사에게 제안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뭐니 뭐니해도 돈이 필요하지. 솔직히 공부 잘한다고 돈이 따르는 건 아니잖아? 돈을 만나는 건 나같은 사업가들이 하는 거지. 어때 같이 뜻을 뭉쳐볼 생각 없나? 내게 좋은 계획이 있는데 말야.”


때마침 경제적인 고민을 하던 강 판사로서는 친구 종태의 말에 관심이 갔다. 그로부터 몇 일 후 따로 만난 자리에서 박종태는 강 판사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


“수익성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는데 신설 법인(SPC)을 세워서 진행할 거야. 내가 대표이사가 되고 강 판사 자네를 이사 겸 주주로 영입하고 싶어. 지분구성은 내가 40%, 자네가 30%, 나머지 주주들 30%로 배정하고 싶네. 부동산 프로젝트는 자네도 알다시피 정말 다양한 법률적 이슈가 있네. 이 부분을 자네가 전담해 주면 정말 좋겠어. 자네로서도 부동산 시행 사업 관련해서 좋은 경험과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야. 나랑 평생 같이 갈 필요도 없어. 한 2년 정도 나랑 같이 일을 해 보자구.”



종태가 내 건 대우는 강판사가 솔깃할 만 했다.



연봉 3억, 월 판공비 300만 원, 고급차량과 기사 제공, 사무실 제공, 2년 후 사업 정산시 전체 사업이익의 10%(대략 20억 예상) 배정.



종태 말대로라면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충분한 연봉을 보장받으면서 부동산 시행 관련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2년 뒤에는 거액의 사업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결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아니 훌륭한 제안이다.


강 판사는 다른 경로를 통해 종태가 정말 제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점검을 해보았는데, 여러 동문들의 설명에 따르면 꽤 탄탄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강판사는 부모님과 와이프를 어렵게 설득한 뒤 법원에 사표를 내고 ‘(주)트러스트 리얼티’의 이사 겸 주주가 되었다.


판사를 하다가 개업한 변호사들은 법원을 출입하면서 소송업무를 해야 했는데 강 변호사는 그럴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판사로서 법대(法臺)에 앉아 있다가 법대 아래에서 변론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영 어색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업무의 내용도 기대 이상이었다.

다양한 부동산 계약서를 검토하고 계약 내용의 문제점을 체크하며, 종태의 사업진행 리스크를 파악해 주는 일이었는데 보람도 있었다.


기사 딸린 고급차량을 타고 가족들과 주말에는 여행도 다녔고, 기존 금융권 대출금도 상당 부분 갚아나갈 수 있었다.


박 사장은 정말 사업적인 수완이 좋았다. 특유의 친화력과 그에 못지 않은 치밀함. 역시 사업을 하는 사람은 DNA부터가 다른 것 같았다.


박 사장은 사업파트너들이나 투자자들을 만날 때 꼭 강 변호사를 데리고 나갔다, 


“강 변호사도 이제 사회로 나왔으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공을 쌓아야 돼. 어차피 2년 뒤에는 변호사로 복귀해야 하잖아? 그 때를 대비해서 미리 미리 의뢰인을 확보해 둔다고 생각해. 내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소개해 줄게”


강 변호사는 박 사장의 이런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


(주)트러스트 리얼티는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은 다음 그 자금으로 토지를 매수하고, 그 후 건설사를 끌어들여 그 지상에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는 마스터 플랜을 갖고 일을 진행했다.


박 사장의 노력으로 1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약 200억 원의 자금이 조달되었다. 


강 변호사가 박 사장의 배려로 가족들과 함께 7박 8일간의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회사에 출근해보니 투자자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강 변호사! 도대체 박 사장은 어디로 간 거요?”


이게 무슨 소리?


강 변호사는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박 사장과 항상 같이 움직이던 핵심 간부 2명도 행방불명.

더 놀라운 사실은 회사 예금통장의 잔고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여러차례에 걸쳐 모두 인출되었던 것.


박 사장이 투자자금을 챙겨서 달아난 것인가?






투자자들은 강 변호사에게 계약서를 들이밀며 투자금을 갚으라고 했다. 투자금은 말 그대로 투자금일 뿐 법리상 이를 회사의 이사에 불과한 강 변호사가 갚을 필요는 없다. 강 변호사가 이런 설명을 하자 투자자들은 계약서 내용을 똑바로 살피라고 했다.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던 강 변호사는 깜짝 놀랐다.

제목은 투자계약서라고 되어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원할 경우에는 이를 투자자에게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반환책임은 대표이사인 박종태와 이사인 강 변호사에게 있었다. 


그 투자계약서는 강변호사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약서에 날인된 도장은 분명 강변호사의 인감도장.


“우리가 왜 이 회사에 투자한 지 아시오? 변호사인 당신이 이사 겸 주주로 있었고, 이렇게 투자금 반환을 약속했기 때문이오. 박종태 사장도 당신 얘기를 정말 많이 했소. 당신이 변호사로서 충분한 재력도 있다고 말이오. 그리고 우리가 만날 때마다 항상 당신은 박 사장과 같이 나왔잖소?”


아뿔싸...


박 사장이 강 변호사에게 보여주었던 투자계약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투자계약서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 본인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제 와서 뒤집기는 쉽지 않다.


“이것들이 서로 짜고 우리를 속인 거 아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변호사라고 하면 신뢰도가 있단 말야. 그걸 교묘하게 악용해? 이 나쁜 놈들!”


결국 강 변호사는 투자자들에 의해 민사상 투자금반환소송을 청구당함과 동시에 형사상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대학 후배였던 강 변호사의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들은 나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왜 그 위험성을 깨닫지 못했을까? 결국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나아가 채권자들에 의해 강 변호사의 전 재산은 모두 경매처리되고 말았다.


박 사장은 처음부터 강 변호사를 이용하려 했던 것일까?


변호사가 갖고 있는 크레딧, 악용될 경우에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5.19 00:34


조우성 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2권 - 제1화


흔들린 우정



“뭐, 이렇게 홀가분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네. 이젠 좀 자유롭게 살고 싶어.” 


오재영 씨의 씁쓸한 웃음에 김정훈 씨는 아무 말 없이 친구에게 술을 권했다. 


고등학교 시절 반장 겸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재영씨, 그에 비해 정훈씨는 바닥을 기는 성적에 성격도 내성적이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정훈씨를 항상 챙겨준 재영씨.


정훈씨는 항상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뭔가를 구상하고 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했다. 재영씨의 가방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여러 기괴한 모형이 그려진 설계도가 가득했다.

자칫하면 친구들 사이에 왕따가 될 수도 있었던 정훈씨였지만, 다른 친구들의 우상이었던 재영씨가 항상 정훈씨와 같이 있었기에 정훈씨의 학창시절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래, 앞으로 뭘 할 건가?”


정훈씨는 재영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S그룹에서 승승장구하던 재영씨는 부하의 불미스런 횡령사고에 연대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래도 자네가 참 부럽구먼. 자넨 사장이잖아? 큰 회사에 있을 때는 언제까지나 잘 나갈 줄 알고 목에 힘주고 살았는데, 이렇게 들려 나오니 정말 막막하네. 이 나이에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그렇고...”


정훈씨는 원래부터 갖고 있던 손재주를 바탕으로 조그만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정훈씨는 머쓱해진 분위기를 돌리려고 자기가 개발 중인 자동차의 엔진 성능 강화방안 아이디어를 꺼냈다.


“내가 몇 년째 개발 중인 거야, 잘만 하면 대박이 날 것도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


정훈씨는 설계도를 보여주면서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을 설명했다. 재영씨는  S그룹에서 자동차 관련 일을 하고 있었기에 정훈씨의 설명을 관심 있게 들었다.


“자네도 알잖아. 내가 발명하는 건 자신 있어. 그런데 이걸 사업화하려면 큰 회사들도 만나고 그래야 하는데, 영 그쪽으로는 재주가 없으니 말야. 하여튼 이건 잘만 되면 진짜 획기적인 건데...”


그로부터 6개월 후 정훈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국내 완성차 업체인 D사에 소개했다. 


D사는 그렇지 않아도 이 분야 기술을 찾고 있었는데 정훈씨의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면 차량의 성능과 연비 부분에 획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D사는 정훈씨의 기술을 검토한 뒤 그 적용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대대적인 언론 플레이를 준비했다. 정훈씨도 평생 조그만 규모의 공업사만 운영하다가 이번에야 제대로 된 사업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대가 부풀었다.


“변호사님, 솔직히 와이프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뽐내고 싶었답니다. 남편으로서의 존재감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지요.”


정훈씨는 D사로부터 라이센스 계약서 초안을 받았다. 그 초안에 따르면 기술도입 관련 계약금으로 5억, 추후 이 기술이 D사의 완성차에 적용될 때는 1대당 소정의 로열티를 계속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정훈씨의 개발 인생에 꽃이 피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D사의 경쟁사인 H사가 D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그 내용인 즉, 현재 D사가 완성차에 적용하려는 정훈씨의 기술은 이미 3개월 전에 H사가 특허로 출원한 내용과 동일하며, H사의 특허는 곧 등록될 것이 확실하므로 D사는 문제의 기술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증명으로 D사는 발칵 뒤집혔다. 


D사 담당자들은 정훈씨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화를 냈고, 정훈씨 역시 적이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던 것을 불과 몇 달 전에 H사가 특허출원하다니...


정훈씨는 H사의 특허출원서류를 살펴보았다. 그 서류에 따르면 출원자는 ‘H사’로 되어 있지만, ‘발명자’는 자신의 친구인 ‘오재영’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특허에서 중요한 것은 출원자이고, 출원자가 나중에 특허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특허를 최초에 발명한 발명자도 출원서에 기재하도록 하는데, 발명자와 출원자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발명자가 출원자에게 특허에 대한 권리를 넘기고 일정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정훈씨는 집히는 것이 있어 재영씨와 연락을 취해 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 날, 재영이 그 친구가 날 찾아왔을 때 난 자랑한답시고 설계도나 관련 자료를 다 보여줬지요. 기억해 보니 그 때 제가 30분 정도 자리를 비웠었는데 그 때 자료들을 사진 찍어 갔나 봅니다.” 


H사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상황에서 향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기 위해 나를 찾온 정훈씨. 그는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내게 그 친구는 참 멋지고 존경스런 친구였는데. 이렇게 사람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겁니까?”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우선 특허법 제103조에 따르면 정훈씨는 선사용(先使用)에 따른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즉, H사가 특허출원하기 전에 정훈씨는 이미 그 내용으로 사업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므로, 나중에 H사가 특허 등록을 받는다 하더라도 정훈씨가 이 발명을 사용(통상실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정훈씨만이 사용할 수 있을 뿐 이를 제3자(예를 들어 D사)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센스를 주려면 특허권자인 H사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하지만 H사가 이에 동의할 리가 없다.

결국 정훈씨가 이 기술을 D사와 같은 큰 회사에 라이센스를 주지 못한다면 사업적인 활용도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결국 공격이 최선의 방어일 것 같습니다.”


내가 정훈씨에게 제안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적어도 재영씨가 정훈씨의 아이디어를 훔쳐 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재영씨는 정훈씨의 설계도룰 몰래 촬영한 후 이를 복원해서 H사에게 제공했을 것인데, 이는 정훈씨의 ‘저작물’을 함부로 복재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일단 H사에 대해서는 ‘재영씨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고소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이 문제가 종결될 때까지는 H사 역시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정훈씨는 친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해야 한다는 나의 설명에 곤혹스러워했다. 나는 “원치 않으시면 고소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이것 뿐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정훈씨는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고 며칠 뒤에 내가 시키는 대로 따르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래서 나는 1차적으로 H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① 문제가 된 기술은 원래 김정훈 씨의 발명이라는 점, ② 김정훈씨의 친구인 오재영씨가 불법적으로 김정훈씨의 설계도면을 복제한 뒤 이를 H사에 넘긴 것이라는 점, ③ 김정훈씨는 오재영씨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를 할 것이라는 점, ④ 따라서 H사로서는 실체적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것을 잘 살펴보고 사업화에 돌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점


나는 내용증명 발송 후 오재영씨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H사의 법무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H사 내부적으로 윤리경영에 대해 민감한 상황이라 이 건이 확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고, 따라서 이 건 기술 관련해서는 H사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오재영씨에게 지급했던 돈을 돌려받기로 하고 이 특허출원건은 다시 오재영씨에게 반환하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쾌재를 부르며 정훈씨에게 반가운 마음으로 연락했다. 그런데 정훈씨의 목소리가 침울했다.


정훈씨의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던 D사 역시, 이 기술이 앞으로 특허권의 존재 여부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것이라는 내부 판단 때문에 도입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기술의 상용화를 할 수 있는 국내 메이저 업체 두 곳이 다 이 기술의 도입을 포기하고 말았기에 정훈씨도 재영씨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정훈씨가 마음으로 우러러 봤던 멋진 친구인 재영씨. 


하지만 재영씨는 결정적인 배신행위로 그를 우러러 본 친구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입히고 말았다. 30년 우정도 이해관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내게는 ‘시험에 들어보지 않은 우정’이야말로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4.29 01:16

"소송도 성숙의 과정"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조우성 변호사 인터뷰

사람들은 보통 ‘법’이라든가 ‘법정’이 냉정하고 차가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종종 그려지듯, 치밀한 논리로 사정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검사와 변호사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17년간 변호사로 일해온 조우성 변호사가 그의 에세이집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리더스북)》에서 그려내는 법정은 놀랍도록 인간적인 냄새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죄를 저지르거나 갈등을 빚은 끝에 법정에 서게 되지만, 최종적으로 그들의 앞길을 결정하는 것은 차가운 법조문이 아니라 거기 얽힌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오해와 이해, 신뢰와 배신, 분노와 화해와 용서가 가로놓이고, 저자는 거기 얽힌 사람과 사연들을 차분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삶의 지혜를 길어올린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은 ‘법정 에세이’라는 흔치 않은 장르다. 저자는 긴 변호사 생활을 하며 경험한 다양한 사건과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만큼 케이스마다 적절한 각색을 거쳤지만, 에피소드들에 담긴 무게와 진실미는 현실 그대로다.

 

사람들이 인생의 고비에 몰려 찾게 되는 곳이 법정인 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분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가 하면 통쾌한 이야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있다. 읽는 과정에서 법률의 시스템이나 적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법의 세계를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법정은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는 장소인 동시에, 그 분쟁이 어떤 형태로든 해결되는 곳이기도 하다. 승소 패소에 관계없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서로의 진심이 알려지는 과정에는 항상 묵직한 감동이나 깨달음이 동반한다.

 

저자 조우성 변호사는 바로 그렇기에 소송이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저마다의 분노를 치유하고 성숙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경청’과 ‘공감’이란다. 저자가 변호사로서 답답함과 분노에 찬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고 그들의 삶에 공감했을 때,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이 움직이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줄곧 목격해왔다는 것이다.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라니, 일견 수긍이 가면서도 의외롭기도 하다. 변호사 하면 냉정하고 권위적인 전문가의 이미지를 생각했기에 더욱 그렇다. 과연 저자는 어떤 길을 통해 이런 깨달음에 다다른 것일까. 조우성 변호사님이 재직 중인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조 변호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평소 생각과는 달리 인간적이고 때로 따뜻하기도 한 법정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책을 쓰게 되셨나요?


“7~8년 전에 박경철 원장님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참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의사들의 세계에 참 애틋한 사연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고요. 그런데 변호사의 세계에도 정말 다양하고 속 깊은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그때부터 나도 이런 책을 써 보고 싶다는 갈증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읽는 재미만 주는 게 아니라 제가 소송을 맡아오면서 얻었던 깨달음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계속 생각해왔어요.


그러다 작년에 제가 인터넷에 에피소드 하나를 올렸는데 출판사에서 그것을 보고 책을 써 보지 않겠느냐고 연락해 왔어요. 그런데 그게 마침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냈던 리더스북이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방향도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된 거지요.


오래 품어온 갈증이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어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전에도 강의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지만, 책을 통해서 새롭게 사람을 만나고 전혀 모르는 분이 쓴 리뷰를 보기도 하는데 이런 경험이 참 새롭고 신이 나네요. 덕택에 요즘 행복한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흔히 그렇지만 저도 법이라고 하면 거리감부터 느끼는 편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거리감이 조금 좁혀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법조인인 동시에 저자로서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으셨던 것이 있다면?


“이제는 법률분쟁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한 달에 제기되는 민사소송 건수가 20만 건, 일 년에 240만 건 꼴인데요. 그 한 건당 관련된 사람이 10명만 되어도 1년에 2,400만 명이 소송에 관련된다는 것이죠.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법률비용이 낮아져서 소송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요. 때문에 더 이상 법은 먼 얘기가 아니에요. 이제는 법이 상식인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법에 대해 알아두었으면 합니다.


또 사람들이 흔히 법이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은 얼마든지 소송 전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을 괜히 멀리하기보단 좀 가깝게 생각하고 일찍 변호사 같은 전문가를 만나보면 오히려 극한 분쟁으로 가지 않고 일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빨이 다 망가진 상태에서 치과에 가면 이를 뽑을 수밖에 없지만, 조금 아플 때 미리 가면 치료만 받고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제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법과 변호사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쉽게 찾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법정 싸움에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다가 아니라 의뢰인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셨나요?


“제가 올해로 변호사생활이 18년째인데요. 변호사가 되고서 처음 3~4년 동안은 무조건 이기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었어요. 또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기준으로 생각했고요. 법대에서 종이 위에 쓰인 사건 개요를 보고 시험 문제를 풀듯이 문서 안에서 문제를 풀려고 했죠.


그런데 5년이 되고 6년 7년이 되니까 사건 밖의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문서에 쓰여 있지 않은 그 사람의 히스토리가 있고,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게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변호사도 모든 소송을 다 이길 수는 없어요. 최초에 계약을 잘못 체결했다든가 변호사가 개입하기 전에 이미 첫 단추가 어그러져 있으면 의뢰인이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더라도 패소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왜 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는지 이해를 하도록 도와주면 의뢰인은 납득을 하고 화를 가라앉힐 수가 있어요. 심지어 소송에 져서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본 분들도 자기가 실수를 해서 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납득하면 ‘내가 수업료를 냈구나’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서 오히려 제게 고맙다고 이야기하시거든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오히려 패소할 가능성이 높을 가능성일수록 더 얘기를 많이 듣고 그 사람의 마음을 케어해 주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일종의 힐링을 하는 거죠.”


변호사가 힐링을 한다는 게 좀 놀랍기도 하네요. 변호사는 법적인 영역, 전문적인 영역만 다뤄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소송을 걸었든 당했든, 소송 당사자가 되는 분들은 모두 굉장히 상처받은 사람들이에요. 이미 상처받고 분노해서 굉장히 독한 마음을 먹고 법정까지 오게 된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미 사고가 터진 상황에서 그렇게 상처받은 분들에게 변호사가 ‘당신이 무엇무엇을 잘못해서 일이 이렇게 됐다’고 비난조로 나오면 상대는 더 큰 상처를 받아요. 아무리 상대방이 변호사라고 해도, 의뢰인들은 자기 잘잘못을 평가 받는다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해요.


대신에 ‘그럴 수 있습니다’ ‘계약은 저 같은 변호사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당연히 실수하실 수 있죠’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이렇게 말을 건네면 공감이 형성돼요. 그 말이 그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진정한 같은 편이 되게 해주는 것이죠.


같은 편이 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같은 편이 되면 상대는 제가 어떤 얘기를 해도 믿어 주고 재판에서 지더라도 이유를 설명하면 납득해 주세요. 그런데 같은 편이 되지 못하면 자꾸 의심을 하고 ‘당신이 변호를 잘못해서 진 거 아니냐?’ 하면서 싸움이 일어나죠.


또 이상한 게 사람들이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어디가 아픈지 전부 이야기하면서 변호사에게는 문제를 부분적으로 숨기려고 할 때가 있어요. ‘내가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하면 변호사가 나를 나쁘게 보지 않을까?’하는 거죠. 그런데 변호사가 그렇게 상황을 부분적으로만 알고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나중에 뒤통수를 맞아요.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법정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면 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변호사들보다 상담시간이 2배 정도 길어요. 보통 변호사들은 사건 얘기부터 시작하지만 저는 여러 가지 주변 얘기들, 그리고 그 분의 인생 얘기까지 꺼내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제가 그 분을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이 사람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내 말을 이해해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면 하나 둘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게 바로 경청이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역시나 의뢰인이 잘못한 부분이 드러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순간에 반응을 잘 해야 해요. 그분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을 편하게 해 드려야 하죠. 그래야 이 사건에서 불리한 게 무엇이고 유리한 게 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잘 들어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소송을 위해서도 좋은 거죠.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승패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게 돕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소송은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만 사실은 사람마다 다 돈보다 고귀한 영혼을 가지고 있거든요. 상대방에게서 돈을 빼앗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그러지 못해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깨달을 수 있으면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의 삶에 있어서 패소가 나쁜 경험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죠.


변호사가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고 나서면 사람은 반발부터 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변호사가 이해하고 공감해주면서 소송이라는 터널을 동반자처럼 함께 지나오게 되면 그 사람은 설령 패소하더라도 소송 전보다 성숙해질 수 있어요. 전 그런 경험을 많이 했고, 책을 통해서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해보려고 했어요. 소송 이야기라기보다는 인생 이야기예요.”

 

 

 


‘뚜벅이 변호사’라는 필명을 갖고 계신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제가 변호사를 시작한 97년에는 자가용이 없어서 뚜벅이 변호사였어요. 그런데 나중에 차를 사고 나서도 그 뚜벅이라는 말의 어감이 참 좋더라고요. 한 지향점을 향해서, 빠르진 않아도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느낌이죠. 그런 우직한 이미지가 좋아서 ‘뚜벅이 변호사’라는 필명을 쓰게 됐습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저 자신을 다잡는 말로도 쓰고 있고요.”


책을 보니 검사가 되려다가 변호사가 되셨다고 했는데, 처음 법조인을 지망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그렇게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제가 지방 출신인데, 저희 때만 해도 시골에서는 공부 좀 한다고 하면 법대 아니면 경영대를 많이 갔어요. 그리고 제 아버님이나 할아버님이 다 공무원이셨기 때문에 법대에 가서 검사가 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딱히 큰 고민 없이 법대에 가서 고시를 쳤죠.


그런데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찰청에서 인턴과정을 거치다 보니 검사가 제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피의자를 조사하다보면 절도범이라도 가족의 병원비를 마련해야 했다든가 하는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내용을 조서에 써 가지고 가면 제 지도 검사님이 그 부분을 다 지워 버리시는 거예요. 검사는 그 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를 밝히는 것이고, 정상참작할 내용은 변호사들이 밝히는 건데 검사가 왜 변호사 일까지 하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절도든 폭행이든 사건이 다 한 덩어리로 보이지 죄만 따로 잘라서 볼 수가 없더라고요. 원래 제 성향 자체가 힘든 사람들은 무조건 도와주고 싶어하고 공감능력이 강한 쪽이거든요. 그래서 결국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이 고민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제 적성에도 맞고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 있다면?


“역시 제가 가진 능력으로 정말 억울한 상황에 빠진 사람을 도와서 승소하게 했을 때죠. 재판이라는 것이 꼭 억울한 사람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얼마나 잘 싸우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제가 열심히 해서 억울한 사람을 도왔을 때 보람이 느껴지죠.


반대로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졌을 때는 많이 힘들어요. 예전에는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어요. 변호사란 직업은 끊임없는 승패가 갈리는 일이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가 참 커요.” 

 

변호사라는 것이 꼭 억울한 사람, 잘한 사람만 변호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심한 잘못을 한 사람이나 자기 욕심으로 남에게 큰 피해를 준 사람을 변호하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는 어떤 기준으로 일을 하시나요.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정말 나쁜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거였습니다. 누구나 다 손가락질을 하고 정말 나쁜 놈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 보면 타고나기를 악한 사람은 없었어요. 상황 속에서 악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검사가 그 사람의 나쁜 점을 파헤치는 것이라면 적어도 변호사만은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고 손가락질하는 그 사람의 이면을 보고 그래도 이런 사정이 있었다고 얘기해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사건을 맡으면서 변호할 가치가 조금도 없는 사람은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뻔뻔한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 잘못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요.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래도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 사람은 제가 성심성의껏 변호를 합니다만, 자기 잘못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초도 상담만 하고 의뢰를 거절하는 편입니다. 변호사에게는 사건을 맡지 않을 권리도 있거든요. 맡으면 돈이 되겠지만 그런 사건은 일하는 과정에서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셨으니 변호사가 되기 전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이나 힘든 점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지금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로펌 중 하나인데요.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대기업들을 대리해서 중소기업들과 싸우는 일을 많이 맡게 돼요. 그런데 법적 도움이 더 절실한 것은 사실 중소기업 쪽이거든요. 대기업들은 법적 대응을 위한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고 좋은 스텝들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마음 속에 채무감 같은 것이 참 컸어요.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SNS를 통해서 무료 법률상담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중소기업 CEO를 위한 토크그룹을 운영하거나  무료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편중된 변호사 생활에서 느끼는 갈등과 채무감을 좀 덜어내고 싶었죠. 

앞으로도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법을 대중화해나가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제 앞으로의 삶의 큰 목표 중 하나이고, 저 나름대로 로드맵을 그리고 있어요. 그 로드맵의 첫 단추가 이 책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난 18년간 변호사생활을 하며 쌓은 지식들을 다양한 디지털 컨텐츠로 제작해서 전국민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현재 준비중에 있습니다. 일반 서민이나 소기업 중소기업에 필요한 컨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어요. 이미 준비해놓은 자료들이 있고요. 사이트 형태로 구축할 예정인데 빠르면 몇 달 후에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이미 홈페이지 운영도 하고 계시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SNS를 통해서도 지식공유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신데요. 바쁜 변호사 생활 중에 어떻게 이런 쪽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예전부터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남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어요. 적성에도 맞고요. 아마 변호사 중에서는 제일 강의를 많이 하는 편일 겁니다. 제가 서울 지방변호사회 교육 위원으로 있으면서 변호사들을 교육하는 활동을 많이 해왔는데요. 요즘은 법률강의뿐 아니라 협상에 관한 강의나 인문고전 강의도 많이 하고 있어요. 평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데, 제가 읽은 것, 본 것을 제 식으로 전달하고 결국 그것이 우리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얘기하기를 좋아해요.


저는 저 스스로 제 평생의 아이덴티티를 ‘컨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변호사가 본업이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지속적으로 컨텐츠 크리에이팅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강연과 SNS를 통해서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해 왔지만 이 책 출간을 기점으로 이제부터는 책을 통해서도 해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매년 3~4권의 책을 낼 계획이고요. 그러니까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은 제 컨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에서 풍운의 첫 발걸음도 되는 셈이죠.”(웃음)


법을 잘 모르거나 멀게 여기다가 막상 일이 닥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반인들이 법에 대한 정보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추천하신다면?


“각 지역마다 법률구조공단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운영하고 있고 사이트도 잘 갖추어져 있어요. 법률구조공단의 문턱은 아주 낮으니까 문제가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셨으면 하고요. 또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각 지방 변호사회의 당직 변호사 제도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갑자기 경찰에 체포를 당했다든가 하는 경우에 당직 변호사 제도를 통해 곧바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경청입니다.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시대에 우리는 내가 한 마디라도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PT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중요한 건 경청입니다. 사람은 모두 자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에게 반하고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지요. 높은 자리에 있는 리더일수록 경청을 통해 더욱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고요.


경청은 경청하는 사람을 위대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경청하는 자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비범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경청해주고 그 사람에게 공감해 주면 상대도 고마움을 느끼고 변화하니까요. 저는 실제 많은 분쟁을 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담은 경청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정말 많이 보아왔어요.


다들 자기 목소리만 내는 이 사회에서 진심으로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입니다. 힐링과 관계 회복, 개선의 시발점이 되고요. 앞으로도 강연이나 책을 통해서 여기에 대해 여러분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4.10 01:33



드디어 오늘(4월 9일) 출간했습니다.


페북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뚜벅이 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드라마.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이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설레이는 마음으로 주문합니다~^^




절친 조우성변호사께서 대중작가로 잇뽕하셨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사람냄새나는 글들을 온몸으로 직접 집필하신것을 옆에서 지켜 보았는데.... 기대가 많이 되는 책입니다.
책 받아 들면 서평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초판1쇄 주문할려면 사전 주문 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http://www.yes24.com/24/goods/8727477?scode=032&OzSrank=1





제가 잘 아는 분이 저자라는 인간적 관계의 측면을 떠나 강추하는 책. 

소송이란 프레임을 통해 살펴본 우리네 삶, 그 자체가 천일야화의 파란만장 드라마입니다. 사랑과 배신, 우정과 결별, 포용과 복수 등 어찌보면 이 책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삶의 지혜가 오롯이 들어있습니다. 그 내밀한 삶의 한자락을 담담히 펼쳐보이는 조우성 변호사님의 이야기. 오늘은 내가 그의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고 싶습니다...




남현님이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고시공부 시절 멘토가 되어주셨던 우성 형님[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저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하시는 멋진 선배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승현님이 David H. Kim님을 인용:
자자 베스트셀러로 고고!! 다들 강추입니다!!
저의 16년 멘토이자, 사랑하는 형님인 조변호사님의 작가로서의 첫번째 데뷔작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영숙님이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조우성변호사님을 처음 뵜을땐 변호사님이란 날카로운 선입견때문에 어려워었는데 "manager talk"그룹 활동하면서 뚜벅이변호사님의 우직하시고 재치 넘치시고 거기에 가슴 따뜻한 글까지 쓰셔서 한해동안 너무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그 가슴 따뜻한 글이 이제 책으로 나왔네요 

"내 애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들어줄 변호사님이 계셔서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저의 페북친구이자 얼마 전 웹진 소울오브코리아의 문화IN 코너 인터뷰를 도와주셨던 조우성 변호사님께서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케이터로서 진정성이 느껴지셨던 분이셨죠! 멋진 소식을 저만 할 수 없어서 얼른 공유합니다. 어려운 법보다 더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조우성 변호사님의 책을 찾아서 고고씽!^^



경진군이 살아가는 길에 대한 요즘 많은 가르침을 주고 계시는 한분 

조우성변호사님의 책이 나왔네요....@^^@

'내 애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이런 분들에게 그가 당신의 애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되어 다가 갈겁니다...

이런 분들이란???

1. 경청리더십에 관심 많은 CEO, 팀리더분들

2. CS팀에서 불만고객을 응대하시는 분들

3. 까칠한 상대방때문에 협상과정에서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

4. 가족간의 따뜻한 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

5. 생활법률지식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6. 변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시는 분들

7.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3년차 미만의 변호사님들

8. 반전과 스릴을 좋아하시는 분들

9. 부부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

10. 세상살이의 지혜, 통찰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




조우성변호사님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읽어보고 서평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yes24.com/24/goods/8727477?scode=032&OzSrank=1




'내 애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드뎌 예스24에 출현....
자 이제 주문들어 갑니다....@^^@
좋아요 ·  ·  ·  · 6시간 전 서울 근처



Dosoon Park님이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저의 페이스북 친구...
조우성님의 뜨끈 뜨끈한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이현찬님이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페북(다른 페친분 담벼락과 댓글에서) 에서 스쳐지나가듯 뵙고
"이 분 정말 괜찮은 분인것 같다~~"
라고 호감이 있었던 조우성 변호사님께서 이번에 책을 내셨습니다
저도 꼭 읽을거에요~~
가슴 따스한 분의 따스한 글이 담겨있을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박휘범님이 정연광님을 인용:
조우성변호사님의 이번에 나온 책!
꼭 읽어봐야 하겠죠~ ㅎㅎ
좋아요 ·  · 4시간 전 · 


<우리가 남이가?!!!!>

조우성 변호사님 책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어요!!!
우리가 그냥 있을 수 없죠!!!!

뷰톡커 3계명!!!
1. 아래 링크 공유하기
2. 책 구매하기 (5권쯤 사야..ㅎㅎㅎ)
3. 구매한 곳에 구매 후기 쓰기

*제가 나중에 뒷조사 들어갈지 몰라요 ^^;;;
좋아요 ·  · 4시간 전 · 



송인순님이 정연광님을 인용:
4월의 선정독서로 강추합니다.
좋아요 ·  · 3시간 전 · 



이선희님이 정연광님을 인용해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법조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후배님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책. 
청년 창업가 모임 영토커와 뷰티투어의 멘토이신 전 태평양 조우성 변호사님의 법률마케터(Lawketer)로서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 법조인 뿐 아니라 메디케터 (Medical + Marketer)(요건 Sunny version?!) 로 성장할 의료전문직군에 있는 동료 선후배님들께도 강추랍니다. 
책 한권으로 값진 경험들을 집약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



제가 존경하는 조우성 변호사님이 내신 로세이(lawssay) 입니다.
전문직역의 사람들이 어떻게 고객들을 대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가고 그리고 그들을 care 할 것인지에 대한 insight가 담겨있는 책으로 보입니다.
한번씩 읽어보시죠.





“제가 사실 주위에 변호사 후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회장이 워낙 조변호사님 칭찬을 많이 하셔서요.

원래 변호사란 사람들이 그렇잖습니까? 항상 돈부터 먼저 밝히는. 그런데 조변호사님은 돈 얘기 전혀 안하시고 사건 자체부터 먼저 봐주신다는 말씀에 제가 알고 있던 변호사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제부터 큰일을 많이 벌여야 하는데, 항상 마음 한 켠이 찜찜했습니다. ..... 저를 도와 주시...더 보기




조우성변호사님 책 사서 지인들께 선물하려고 영풍문고 갔었는데 아직 안 나왔더라구요~~ 박경진님께서 예스 24에 나왔다고 해서 온라인 주문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사서 보려고 갔었는데...
변호사님의 여러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 속에서 어떤 향기를 맡을 지 궁금해집니다. 지금의 저에게 힐링이 되기를 바라며..^^



다방면에 박식하시고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열정적으로 공유해주시는
조우성 변호사님의 첫번째 저서가 출판했습니다.

오랜동안
변호사로써 접하신 다양한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통해 느낀바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http://www.yes24.com/24/goods/8727477?scode=032&OzSrank=1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3.25 02:07

'내 이야기를 들어 한사람이 있다면' 강연 체계



1.   key concept


가.  책의 적용영역 


설득, 협상, 문제해결, 마케팅, 갈등해결, 리더십


나. concept 1 : 경청과 공감


-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표현력이 미숙 or 관계성

-   따라서 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눈과 마음이 필요한 이유

-   why 파악해야 제대로 how what 나온다

-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라

-   見하지 말고 觀하라


다.   concept 2 : 지혜 / 통찰 / 문제해결


 절제와 자제의 , 마논트로포가 중요한 이유

-   새옹지마, 인생무상의 무서움을 알아야

-   1인칭의 vs 3인칭의










2.   key concept 1 : 경청과 공감



가. ()로 들으라.


-  일단은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많다.

-  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뻔하지 않다.

-  공감적 경청을 막는 4가지 요소


나. ()으로 꿰뚫어 보라

 interest 파악의 중요성(귀의 한계)


다. 마음()을 열고 보고 들으라.


-   결국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마음

-   때로는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해결된다.


라. 관련 스토리



-  the Reader 사건

-  할머니의 진심

-  누나와의 사건(준비서면)

-  적으로 보지 마라. 그도 상처받은 사람이다

-  경고장을 감사편지로

-  적선지가 필유여경

-  정수기 이야기

-  고려청자와 암벽등반

-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주신 재판

-  판사와 변호사의 부적절한 관계

-  조망권 민원 해결



3.   key concept 2 : 지혜/통찰/문제의 근본 해결


가.  가족의 의미


☞ 관련스토리


- 남편의 완벽한 가면

- 이혼을 취소할 있나요


나.  마논트로포(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 관련스토리


-  죽음으로 돌아 온 호의의 대가

-  마음 속 분노 내려놓기

-  박정도씨 이야기

-  말 한마디의 중요성






다. 무서운 하늘 셈법


☞ 관련스토리


- 천망회회 (K 뇌물 사건)

- 교도소에서 이뤄진 검은 거래

- 죄가 익기 전에는 달콤하다

- 직격탄보다는 유탄이 무서운 이유


라. 사람은 자기중심적


☞ 관련스토리


- 라쇼몽


마. 프로페셔널처럼 문제를 해결하라


☞ 관련스토리


- 상속의

- 내 아들을 신고합니다

- 형사사건의 변호는 종합예술

- 저작권 침해

- 불법 채권회수에 대항

- 자수해서 광명찾자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3.13 07:46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프롤로그(수정) - '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아직 형사판결 선고가 나려면 20분이나 남았다. 6개월간의 법정공방. 나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쓰러져 판결을 기다렸다.

드드드... 휴대폰이 내 손에서 요동쳤다. 발신자 표시를 보니 P. 나는 심호흡을 했다.


“변호사님,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


P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무죄라...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나. 가슴 끓어오르는 감동을 느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천만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친구의 부탁으로 몇 차례 거절 뒤에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그 동생 P의 미성년자 강제추행사건. 대형로펌에 소속된 내가 이 사건을 수행한다고 하자 주위에서는 왜 그런 사건을 맡느냐고 다들 한 마디씩 했다. 내가 이 사건을 맡기로 결정한 것은 P와 직접 대면하고 나서였다. 그를 처음 만난 날, P는 분노와 외로움에 빠진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비장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주위 사람 모두 제 말을 믿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족도 반신반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님, 전 절대 그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제 눈을 보고 다시 한 번 말해 보게. 정말 맹세코 그 일을 하지 않았나?”

P는 찬찬히 나를 쳐다보았다. 

“전 결코 그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님이 믿어 주시든 아니든... 전 결백합니다.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 차라리 자살을 해서라도 결백을 밝힐 겁니다.”

나는 P의 눈빛에서 차마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고 그 사건을 맡았다.


‘어차피 뻔한 사건인데 이런 파렴치범을 변호하다니...’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듯한 재판부를 상대로 한 재판 진행은 처음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나는 재판부에게 ‘제발 현장검증을 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실제 현장에서 사건을 재연해 본다면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자신이 있었다. 재판부의 계속된 거절에도 집요하게 매달려 현장검증을 이끌어 냈고, 그것이 사건의 분수령이 됐다.


17년간의 변호사 업무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결코 재기하지 힘들 것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내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선 사람, 세속적인 성공의 절정에서 급전직하로 추락해 철저히 부서진 사람, 남의 신뢰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만 챙기다가 더 큰 배신의 아픔을 당한 사람, 위선의 가면을 쓰고 거짓인생을 살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스스로 혼란스러워 한 사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한 사람. 


소송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되어 형사피고인이 되었든, 아니면 재산 다툼 때문에 민사소송의 원고와 피고가 되었든, 그들의 가슴 속에는 분노와 원망으로 인해 퇴적층처럼 켜켜이 쌓인 커다란 상처가 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 사람이 변호사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 상처를 도려내겠다고 ‘법’이라는 매스를 들고 의욕적으로 달려들면 과연 그 상처가 치유될까?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죄선고 후 P의 가족들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사실 저희들 마음 한 구석에 '진짜 이 녀석은 무죄일까? 진짜 이 녀석은 결백할까?‘라는 의심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가족이면서도 이런 의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님은 이 녀석의 말을 들어주시고 믿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만약 나마저 P의 이야기를 흔한 변명으로만 여기고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말대로 소송 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격한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이들이 감정의 극점(極點)에 외롭게 서 있을 때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단 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에 의해 의뢰인은 삶의 용기를 얻고 진정한 자기치유(自己治癒)를 시작하게 된다. 


내가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감정이 오고가는 법정의 한복판에서 17년간 목도한 인생의 진실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나는 논리를 앞세우는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오랫동안 들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려고 노력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뚜벅이 변호사’라는 별명(필명)을 사용하고 있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의 지향점이 그 속에 담겨져 있다. 그래서 ‘뚜벅이 변호사’는 내 별명(필명)임과 동시에 내 삶에 중심을 잡게 하는 중요한 인생모토이기도 하다. 


인생길에는 크고 작은 고비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 고비로 인해 힘을 잃고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가장 극단적인 인생의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소송과정에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가능할 수 있다는 지혜 한 자락, 그리고 그로 인해 팍팍해진 무릎을 두드리고 다시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용기 한 줌을 전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 굳이 이러한 변호사법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의뢰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세상에 알리는 일은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 책을 쓰면서 의뢰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나의 가정사, 그리고 의뢰인들로부터 직접 승낙을 얻은 십여 개의 에피소드를 제외한 나머지 에피소드는 내가 다루었던 사건에서 기본적인 모티브만 따오고 상당 부분 각색을 하거나 몇 개의 스토리를 합쳐서 이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한 결과물이다. 아울러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직업도 편의상 설정한 것일 뿐 실제사례와는 다르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 책의 출간을 통해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아들을 보면서 걱정하시던 부모님, 주말에도 제대로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내와 두 딸 혜리와 세영에게, 당신의 아들이 그리고 당신의 남편이자 아빠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담담하게 보여 드림으로써 그 동안의 소홀함에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얄팍한 마음을 담아 본다.


2013. 3.  조 우 성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2013.03.12 03:34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 프롤로그 -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대형로펌에서 근무한 지 17년째. 대외활동이 점점 많아지니 이런 질문을 이따금씩 듣게 된다.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중요한 덕목이 과연 뭘까. 쉽게 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이라 그런가.


흔히들 ‘재판’은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의 특정한 상황에 대해 대립되는 두 당사자(원고와 피고)가 자신의 기억에 근거해서 상반되는 주장을 할 때 이를 대리해야 하는 변호사도, 마지막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도 본질적인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 진실의 문턱에라도 도달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재판은 법에 따라 진행된다. 재판을 업으로 하는 변호사인 내게 있어 ‘법’은 모든 문제를 규정짓고 해결할 수 있는 만능 도깨비방망이 같은 존재일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법은 세세한 인간감정의 결이 녹아있지 않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불완전한 규범의 존재양식일 뿐이다. 법은 가장 최소한의 규범만을 제시하는 소극적인 개념이지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람을 살리는 적극적인 개념으로서의 속성은 갖고 있지 못하다. 


재판이 어느 한 편의 승소로 끝났을 때, 패소한 반대편 당사자는 억울함과 분노에 몸을 떤다. 그는 그 판결에 승복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송은 마음에 상처를 입은 자들의 싸움이다. 돈과 관련된 다툼이 있다고 해서 모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소송절차까지 갔다는 것은 마음속의 분노와 원망이 켜켜이 쌓여 결국 칼로 도려내야 할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상처받은 사람들 중 어느 한 편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돈을 받고 상대방의 목숨을 노리며 싸우던 로마 검투사처럼 승리를 위해 필살기를 동원해서 싸워야만 하나? 

의뢰인이 재판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방에 대한 완벽한 승소? 분명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최고의 덕목’이라는 질문에 대한 보편타당한 모범답안을 찾으려 거창하게 방황하기보다 지나온 나의 변호사 생활을 돌이켜 보며 나만의 답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컴퓨터에 폴더별로 정리돼 있는 소송사건들을 뒤적여 보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써내려가고 내 느낌을 얹는 작업을 시작했다. 


때로는 나를 기쁘게 하고 때로는 나를 절망에 빠뜨리게 했던 여러 사건들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변호사라는 업에 요구되는 가장 본질적인 덕목은 의외로 ‘잘 듣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우선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고통을 공감해 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법적 지식을 갖고 있는 변호사라도 의뢰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다그치면 의뢰인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의뢰인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 격해져 있는 의뢰인이 그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도록 경청하고 서서히 호흡을 가다듬게 한 다음 이성의 광장으로 의뢰인을 유도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때로는 의뢰인 스스로 감정이 정리되고 사건이 촉발된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면 소송의 승패와는 상관없이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 못지않게 소송 상대방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 소송까지 온 상황에서 의뢰인은 소송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곡해하고 그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할 따름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소송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예민한 촉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의뢰인이 놓치고 있는 분쟁의 핵심요인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일방적인 승패가 아닌 양쪽이 모두 승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결론을 내리기 위한 미세한 가능성을 건질 수 있다. 


결국 좋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동시에 상대방의 이야기 역시 경청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그 분쟁 속에서 상처 받은 사람을 위로하고 화를 풀게 만들어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있다. 






1997년 변호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당시 나는 차를 몰고 다니지 않아 스스로를 '뚜벅이 변호사'라 불렀다. 차가 생긴 후에도 '뚜벅이 변호사'는 계속해서 나의 별명, 필명이 되었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또 지치지도 않은 채 내가 지향하는 바를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간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뚜벅이 변호사’는 내가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하나의 모토가 되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와 멋지게 재기한 사람, 성공의 꼭대기에서 추락해 철저히 부서진 사람, 다른 이의 신뢰를 철저하게 이용한 사람, 위선의 가면을 쓰고 거짓인생을 살았던 사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한 사람 등...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서 나는, 세상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망 같은 곳이라 서로 간에 끝없이 좋든 나쁘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는 준엄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변호사가 되고픈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쯤은 읽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차가운 이성과 논리력이 변호사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 생각하는 분들께 꼭 그렇지는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아직도 고통의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께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 초고를 읽고 마음 속에서 떨쳐내지 못하던 분노의 대상을 용서하게 됐다는 분이 있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연을 통해 ‘인생의 모습은 저마다의 사연이 다 있구나. 그 사람도 그 만큼 힘들었겠구나’라는 제3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인생살이의 모습 속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삶의 지혜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얻고 싶은 분들께도 이 책속의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은 일반적으로 좁게 해석되지만 변호사인 나로서는 내가 다루었던 사건들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될 법적인 의무 보다 더 강력한 윤리적인 의무가 있다. 나의 가정사나 개인적인 느낌들, 그리고 실제 사건의 주인공으로부터 승낙을 얻은 십여 개의 에피소드를 제외한 나머지 에피소드는 내가 다루었던 사건에서 기본적인 모티브는 따오되 상당 부분 각색을 하거나 몇 개의 스토리를 합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직업도 실제 사례의 것들을 모두 변경했음을 밝혀 둔다. 



끝으로 이 책의 출간을 통해,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아들을 보면서 걱정하시던 부모님, 주말에도 제대로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내와 두 딸 혜리와 세영이에게, 당신의 아들이 그리고 당신의 남편이자 아빠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담담하게 보여 드림으로써 그 동안의 소홀함에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얄팍한 마음을 담아 본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