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 구두변론, 중요한가요?
<리걸 옴부즈맨과 로케터>는 의뢰인들의 목소리에 직접 귀기울임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변호사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는 기획에서 마련되었습니다.
■ 조성호 리걸 옴부즈맨의 시각
사회에서 알게 된 지인 K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민사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러워 혼자서 사건을 수행하다가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바람에 본인도 두려워 어쩔 수 없이 B변호사를 선임했다.
지난 달 20일 제3차 변론기일에 참여했다.
정해진 사건 시간보다 30분 정도 먼저 법정에 도착한 K는 다른 사건들의 진행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 중 한 사건의 원고측 변호사가 변론을 펼치는 것에 눈이 갔다.
그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와는 달리 이번에 제출하는 준비서면의 내용을 구두로 요약해서 판사 앞에서 또박또박 설명했다. 특히 ‘이번 준비서면에서 저희가 강조하려는 것은 바로 이 3가지 논점입니다.’라고 특정하면서 쟁점별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판사는 그 변호사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다.
두 사건이 끝나고 K의 사건이 진행됐다.
지난 주에 K측 변호사도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재판장은 K측 변호사에게 ‘지난 주 제출한 준비서면에 대해 설명하시겠습니까?’라고 하니 그 변호사는 ‘어... 아... 저, 준비서면 대로 진술합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준비서면이 분명 10장이 넘고 그 서면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주장하는 ‘상계 항변’이 있는데 변호사는 두루뭉술 얘기하고 넘어갔다.
K는 재판을 마치고 나온 변호사에게 “변호사님, 좀 더 판사님에게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자 그 변호사는 “말로 하는 건 사실 Show에 불과합니다. 서면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면서 K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 변호사님의 태도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요?
■ 로케터 조우성 변호사의 의견
수많은 사건들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는 판사 입장에서는,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구두로 변론하는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판사실에서 다시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사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법정에서의 현장감 있는 구두변론’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에 구두변론과 관련하여 변호사들이 신경 써야 할 5가지 포인트를 정리하고자 한다.
● Point 1 : 임팩트 있는 구두변론은 나중에 재판장이 기록을 검토할 때 연상(聯想) 작용을 일으킨다.
재판장이 나중에 별도로 서면기록을 검토하겠지만, 변호사가 임팩트 있게 구두변론을 한다면 그 기억이 뇌리에 남아서 나중에 서면검토할 때 어느 정도 연상(聯想) 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할 수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구두변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장님, 이 사건에 대해서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발언의 기회를 요청하면 이를 가로막는 재판장은 거의 없다.
● Point 2 : 의뢰인이 얼마나 이 사건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구두변론은 필요하다.
모 변호사님의 경우는 법원에서 뵐 때마다 자신이 하는 사건에 대해 반드시 구두변론을 한다다. 그리고 의뢰인이 얼마나 이 사건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지를 언급한다. 사건 때문에 고통받지 않는 의뢰인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 사연을 간략하지만 핵심적으로 언급하면서 재판장의 관심을 촉구하는 그 변호사님의 구두변론은, 재판장에게는 사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한편, 의뢰인에게는 자신의 입장을 속 시원히 대변해 주는 효과가 있다.
승소와 패소는 진인사대천명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의뢰인 입장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변호사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지 않겠는가.
아울러 재판장도 ‘음... 오죽 억울하면 저럴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oint 3 : 필요한 경우 의뢰인으로 하여금 직접 한마디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지만 의뢰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 재판장께 허락을 득한 다음 의뢰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법정에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우선 의뢰인이 자신의 속 마음을 재판장 앞에서 털어놓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나아가 변호사가 직접 언급하기 곤란한 내용, 즉 법리적인 내용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법률 비전문가인 의뢰인의 입을 빌어서 어필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내 경우 미리 의뢰인에게 일정한 사항을 강하게 법정에서 어필해 달라고 부탁하고, 오히려 내가 그 의뢰인을 중간에서 말리는 형식을 취한다.
“사장님, 됐습니다. 그만하시죠. 판사님도 충분히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만 하시라니까요. 법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지 그런 억울한 사정 하나하나를 다 봐주실 수는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게 된다.
● Point 4 : 구두변론을 선호하는 재판부인지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에 따라 구두변론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구두변론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처 구두변론을 준비해가지 못했는데, 재판부가 “자, 원고소송대리인, 주장하고 싶은 바를 말씀해 보세요.”라고하면 변호사는 당황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수행하는 사건의 담당 재판부가 구두변론을 선호하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자신의 사건 진행 30분 전에 법정에 도착해서 앞선 사건에서 재판부가 어떤 식으로 변호사들에게 주문하는지를 미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앞선 사건에서도 재판부가 구두변론을 요청하는 것이 보이면 그 때부터라도 구두변론 사항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 Point 5 : 구두변론의 결과 상대방의 반응을 변론조서에 기재하도록 요청할 필요성이 있다.
구두변론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상대방과 ‘언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언쟁’ 과정에서 상대방이 쟁점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자인(自認)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상대방(변호사)이 사건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안되어 있을 경우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네, 그 도장을 피고가 찍은 것은 맞지만요...’라고 말했을 때, 우리측에서 ‘재판장님. 방금 상대방은 처분문서에 날인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이 부분을 변론조서에 남겨 주시지요!’라고 강하게 어필할 경우, 상대방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을 경우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사항이 변론조서에 기재가 되면 재판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상 변호사들이 30-40건 정도의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집요하게 구두변론으로 파고들면서 Yes, No를 따지고 들면 사건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실언(失言)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구두변론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긴요한 공격 tool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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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용 변호사님 의견
재판부의 성향을 고려해서, 당사자들이 직접 감정표현을 하는 부분은 효과적인 경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변호사의 메마른 변론보다 서툴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당사자의 진심이 재판부가 그냥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설사,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얘기를 충분히 했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듯합니다.